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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에도 척척 '스스로 멍뭉이'

 

아장아장, 폴짝, 사뿐.

 

동물병원에 들어서자 가방을 맨 갈색 강아지가 아장아장 걸어가 체중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사뿐하게 앉아 몸무게를 잰다.

 

10개월령 애프리푸들 '구월'이다.

 

"올라가", "앉아"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척척 해내는 폼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견주 이소현 씨는 "저도 깜짝 놀라곤 해요. 처음엔 제가 (체중계에) 올려줬는데 이제 알아서 올라가 앉아 있어요"라고 뿌듯해했다.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 전 가장 먼저 할 일이 몸무게를 재는 일이라는 걸 구월이도 아는 것 같다고.

 

체중계에 숫자가 뜨자 소현 씨가 56kg이라고 구월이에게 장난을 친다. 물론 5.6kg.

 

평소에도 구월이는 눈치 백단의 영특한 강아지였다.

 

"패드에 배변훈련을 하다가 씻으려고 잠깐 치운 거였는데 구월이가 그때부터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뜻하지 않은(?) 성공 이후 소현 씨는 구월이가 생각보다도 훨씬 똑똑하다는 걸 눈치챘다고 한다.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구월이는 단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입양이 안 되던 강아지였다.

 

"안녕하세요, 구월이예요"

 

소현 씨는 형제들이 다 입양될 때까지 혼자 남겨져 있던 구월이의 사연을 듣고 왠지 정이 가고 안쓰러워 데려오게 됐다.

 

어릴 때부터 주변의 반려인들을 보며 언젠가 반려견을 꼭 키우겠다고 꿈꿔왔던 소현 씨가 구월이와 함께 꿈을 이루던 순간이었다.

 

"구월이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고 활발한 아이예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녀석이에요. 앞으로 잘 키워야죠."

 

구월이를 통해 꿈을 이룬 소현 씨와 소현 씨 덕에 좋은 가족을 만난 구월이. 두 사람의 인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진하고 깊어질 것이다.

 

"야구는 너무 재미없다멍"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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