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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떠돌던 반려견 찾아준 얼굴없는 천사들

지난달 26일 전철 1호선 천안역 주변을 배회하던 보더콜리 코코.

 

충청남도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중인 장 선생님. 요새 새삼 사람들의 따뜻함에 감사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밤 일어났다. 학교에서 키우는 개 가운데 하나인 3살 코코가 모습을 감췄다. 

 

저녁 7~8시 사이 견사를 나온 세 마리의 개가 학교 주변을 어슬렁대는 것이 목격된 이후 유독 코코 이 녀석만 보이질 않았다.

 

코코는 견종 가운데 가장 지능지수가 높다는 보더콜리. 하지만 종종 외출을 감행하기도 했던 터였다.

 

그날 역시 마실나겠거니 했지만 다음날 아침에도 견사는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이 없었던 탓에 학교는 발칵 뒤집어 졌다.

 

학생들이 전단지를 돌리고 온갖 SNS를 훑었다. 워낙 흉흉한 일이 많은 까닭에 이대로 영영 못보는게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코코는 이날 점심이 좀 지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학교에 돌아왔다.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처럼 개고생을 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주변에서 뭔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똥꼬발랄하게 애교를 부리는 것도 여전했다.

 

사정은 이러했다. 학교를 나온 코코, 26일밤 천지분간을 못하고 나갔다가 어느새 학교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전철역까지 갔다.

 

전철역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사이 전철역을 나오던 한 20대 여성에 발견됐다. 그 때가 자정이 막 지난 시각.

 

사람을 엄청 좋아하고 계속 뽀뽀를 해대려는 코코의 모습에 이 여성은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유기견긴급구조센터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그 시간에 받아줄 리가 없었다.

 

인적도 거의 끊겨져 가는 그 시각에 밤은 더 깊어가고, 집에서는 부모님이 왜 들어오지 않느냐고 화를 내시고, 역에서는 데리고 나가달라는 요구하고, 취객들은 다가오고, 사면초가에 몰렸다. 친구에게 부탁해 SNS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차마 두고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갈 수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순간에 제2의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평소 학교에서 생활하는 코코는 사람을 잘 따르고, 특히 공을 엄청 좋아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줄도 모르고 느긋했다.

 

이 여성이 코코를 데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보던 20대 남성 둘이 다가왔고, 자신들이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무턱대고 데려가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같이 기다려 주다가 시간이 자꾸 흐르자 임시보호를 자청한 것이었다. 대형견을 키우고 있다는 말도 안심이 됐다.

 

그런데 이 여성은 워낙 정신이 없었던 차에 이 남성들의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여러 사람들이 혹시 안좋은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랴고 걱정했다. (SNS에 도움을 요청한 뒤로 사실상 실시간 중계됐다.) 

 

27일 아침부터 코코 찾기에 나선 장 선생님과 학생들의 눈에 이 여성의 친구가 SNS에 올린 글이 포착됐다. 연락처는 알지 못했지만 이 남성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코코를 찾는다는 SNS 글을 보고 곧장 연락해 온 것. 남성들 중 한 명은 리트리버를 키우는 애견인이기도 했다.

 

장 선생님은 "코코를 찾는 과정에서 새삼 마음 따뜻한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신의 일처럼 코코 찾기에 나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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