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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외면했던 샥스핀 요리

상어 지느러미인 샥스핀은 최고급 중국 요리 중 하나로 꼽는다. 전라도에서 “홍어 빠진 잔칫상은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샥스핀 요리가 나오지 않는 잔칫상은 잔치가 아니라고 할 정도다. 주로 홍콩을 비롯한 광동지방에서 쓰는 말이다.

중국인들은 옛날부터 전해지는 산해진미로 여덟 가지 요리를 꼽는데 여기에 샥스핀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대부분 먹지 못하는 음식으로 곰발바닥인 웅장(熊掌), 낙타 등인 타봉(駝峯), 사슴꼬리인 녹미(鹿尾), 바다제비 집인 연와(燕窩), 바다의 인삼이라는 해삼(海蔘), 지금은 멸종됐다는 물고기 시어(?魚), 중국말로 위춘(魚脣)이라고 하는 물고기 입술, 그리고 상어 지느러미인 샥스핀(魚翅) 등이다.

이렇게 고급 요리로 대접하다 보니 사람들은 샥스핀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먼 옛날부터 황제를 비롯한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인데다 맛과 영양도 기가 막힐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중국 황제들은 거의 샥스핀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중국 역사책 어디를 봐도 황제가 상어 지느러미를 요리한 샥스핀을 먹었다는 기록은 찾기가 쉽지 않다. 진시황제는 물론이고 당과 송, 원, 그리고 명나라 황제들까지도 샥스핀을 먹지 않았다. 기껏해야 19세기 후반, 청나라 말기의 황제 몇몇이 샥스핀을 먹었을 뿐이다.

기록을 보면 1861년, 다섯 살의 나이로 황제가 된 청나라 동치제가 섣달 그믐날 먹은 만찬에 샥스핀 요리가 보인다. 모두 16가지 요리가 나왔는데 주로 바다제비집을 소스로 만든 요리가 중심이었고 그중 일부가 샥스핀을 넣고 끓인 닭고기 요리가 있다. 동치제의 어머니인 서태후의 아침 수라상에는 보통 22가지 요리가 차려졌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상어 지느러미를 넣고 볶은 돼지고기 편육이 겨우 보인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 황제들은 왜 이렇게 천하진미라는 샥스핀 요리를 외면했을까?

상어 지느러미를 재료로 요리를 만든 역사가 늦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샥스핀 요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기록상으로는 명나라 후반 의학서인 ‘본초강목’의 기록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상어는 등에 딱딱한 지느러미가 있는데 맛이 탁월하다” “남방 사람들이 이것을 진귀하게 여긴다”


본초강목의 기록을 해석해 보면 광동을 비롯한 중국 남부지방에서 주로 먹을 뿐 중국 전역에서 즐겨 먹었던 요리는 아니었다는 소리다.

 

지금은 샥스핀이 값비싼 고급 요리로 알려졌지만 옛날에는 중국에서조차 거의 먹지 못하는 음식 취급을 받았다. 일설에 의하면 상어 지느러미는 베트남에서 명나라에 보냈던 조공 품목이었지만 황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대신 주방의 요리사들에게 하사품으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로는 중국의 콜럼버스라고 불리는 정화(鄭和) 함대가 아프리카로 떠날 때 양식이 떨어져 동남아 해안마을의 원주민들이 먹다 버린 상어지느러미를 요리해 먹은 것이 상어 지느러미 식용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문헌적 근거는 없다.

 


이랬던 샥스핀 요리가 청나라 후반 요리로 개발되면서 고급 요리가 된 것인데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샥스핀에도 해당된다. 상어 남획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인간의 탐욕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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