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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의 동물 자가진료 허용 주장은 자기희생적이다

[편집자주] 정부가 반려동물 자가진료금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한약사회가 반려동물 자가진료 유지를 주장하면서 동물병원비 폭등과 함께 동물병원만을 위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경근(사진) 대한수의사회 산하 자가진료 금지 TFT 위원(방배한강동물병원장)이 본지에 대한약사회를 반박하는 기고문을 보내 왔습니다. 

 

20대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육견협회와 함께 자가진료 허용 외치는 약사회

 

반려동물 생산, 경매 및 판매단체와 육견협회 등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생존권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약사회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만한 주장광고를 네이버에 실었다. 그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도 안하는 오직 개와 고양이 자가치료금지! 아이들 치료비 부담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우리 건강은 우리 가족이 선택하게 해주세요."

 

그간 약사회가 했던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동물 자가진료 금지는 수의사들이 동물에 대한 진료권을 독점하려는 것이다. 동물 자가진료가 금지되면 자기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해 비싼 돈을 주고 동물을 치료받아야 한다. 따라서 값싼 비용으로 동물을 치료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나는 이 주장이 매우 자기희생적인 사고이자 행동이라고 본다. 서민과 동물들의 입장에서 동물병원과 수의사들의 횡포에 맞서고자 동물의 자가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약사들이 자비로 그 비싼 광고를 낸 것이다. 그동안 미처 몰랐다. 

 

강아지공장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농장주나 어떻게 개를 먹느냐며 야만인으로 취급받던 육견 농장주들은 특히 천군마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내 개인데 내가 마음대로 주사를 놓든 수술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며 볼멘소리를 하던 일부 동물 보호자들도 약사들의 등장이 너무도 고마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약사들이 그 주장을 위해 내세운 논리인 '미국은 동물 자가진료가 허용된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되어 다소 민망하긴 하다. 하지만 이 논리가 맞고 틀리냐는 문제가 안된다.

 

자기모순적인 약사회의 자가진료 허용 주장 

 

약사회의 주장이 자기희생적이라고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으면 당연히 약국에서 약을 조제 받는다. 그리고 약값을 낸다. 훌륭한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우리는 매우 적은 금액으로 약을 구입해서 복용한다.

 

사실 우리가 내는 약값에는 단지 약값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약값 이외에도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의약품관리료, 조제료 등 무려 5가지 항목의 비용을 지불한다. 우리는 이 항목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른다.

 

예를 들어 3일치 약을 조제하면 약값 외에 위 항목으로 무려 5,140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2016년 기준). 하지만 대부분이 건강보험료로 처리되고 내가 내는 본인부담금은 적다.

 

그 건강보험료는 우리가 세금처럼 매달 의무적으로 낸 돈의 일부다. 건강보험료에서 이와 관련된 비용으로 지불되는 금액이 7년 전인 2009년 자료에서도 무려 2조 6천억원이 넘어 전체 약값에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약에 대한 약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기에 이런 문제제기에 사실 동의하지 않았다. 약은 잘 쓰면 질병을 치료하지만 잘못 복용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약사들이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결국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번 약사회의 주장을 보며 알게 되었다.

 

동물을 키우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의사들의 진료독점권을 타파해야 하듯 건강보험료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에 대한 약국(약사) 조제 독점권도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래서 24시간 편의점에서도 조제료와 복약지도비 등을 지불하지 않고 편하게 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의 건강을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물진료는 일부의 문제지만 약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하루 빨리 약사회의 논리대로 조제 독점권도 철폐되어야 한다.

 

복약지도를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정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찾아보겠다.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책임지겠다. 약사의 독점적인 조제권이 없어지면 건강보험료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싸게 받을 수 있고 서민들은 한 푼이라도 약값을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겠다.

 

동물을 자가진료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약 조제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강아지농장이나 육견장 주인들의 빈약했던 주장에 비해 약사회의 주장은 얼마나 자기희생적인 주장인가.

 

우리는 약사는 약에 대한 전문가이며 그들을 통해 약을 조제받는 것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우리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사들은 경제적인 논리와 선택의 자유를 내세워 수의사에게 동물에 대한 진료 독점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 치료에 대한 전문성, 동물권이나 동물복지 등은 굳이 필요하지 않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 논리 그대로 약사들도 자신들의 전문성을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민들과 국가 경제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편의점과 당당하게 경쟁할 것으로 본다. 생명존중이나 국민건강은 경제적 이유 앞에 매우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 앞세워 동물복지의 기본마저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야

 

물론 모두 눈치챘겠지만 이상의 내용은 약사회의 주장이 얼마나 자기모순적인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사실 그런 주장을 할 마음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이 사회에서 왜 전문가가 필요한가에 대해 제대로 고민한 약사라면 약사회의 이런 자기부정적인 주장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적 논리 뒤에 숨어 벌어지는 동물 학대에 준하는 자가치료가 넘쳐나고 있다. 농장주가 마음대로 배를 가르고 보호자가 임의로 치료하다 각종 부작용에 시달린다. 얼마든지 살 수 있던 생명이 실험동물처럼 이런 저런 약을 함부로 사용하다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부디 부탁하건데 이를 더 이상 직능간의 싸움인양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동물은 생명이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생명에 대한 진료 행위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자신의 동물이기 때문에 내맘대로 약을 쓰든 치료를 하든 상관없다는 것은 동물은 그저 소유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함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지 그 동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워 동물복지의 기본마저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자가진료 금지를 담은 동물보호법 및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은 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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