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보리는 과연 아빠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
주말에 우리집에 찾아오는 녀석이 있다. 수컷 고양이 보리다. 늦어도 2주에 한 번씩은 주말에 찾아온다.
올초만 해도 아기였던 것이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어른 고양이가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나와 아내의 눈치를 살금살금 보더니, 얼마 전부터는 배를 하늘로 향하고 제집인양 아주 편하게 지낸다. 고 녀석 참, 넉살도 좋다.
보리는 올해초 학교 근처로 이사간 딸아이의 고양이다. 한 때 평범한 과에 들어갔다가 적성이 맞지 않는다며 때려치고 예술계 과로 다시 진학한 딸아이다.
올해 3학년이 되면서 학교에 있을 일이 더 많아졌고, 때로는 멀리 있는 연기실습장까지 가게 되는 일이 생기면서 아예 분가해 버렸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리를 자기 사는 곳에 들였다.
![]() |
| 보리는 과연 아빠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
우리는 고양이를 키운다길래 절래절래 했다. 죽을 때까지 계속 있어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바쁘다면서 제대로 돌볼 자신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딸아이는 제 고집대로 한 마리를 들이고 말았다.
학교 일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에 집을 찾는 딸아이를 나무랄 수 없다. 게다가 작기도 하고, 썰렁한 집에 이틀씩이나 둘 수 없다면서 당당하게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것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집에 들락날락하게 된 보리는 기어코 우리집을 제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보리가 어느새 발라당하고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떨 때 어이도 없다가도, 그래도 '네가 우리 가족을 좋아해 주는 구나'하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하다.
![]() |
| 보리는 과연 아빠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
딸아이는 조만간 한 달 일정의 해외공연팀 스태프로 해외에 간다. 딸아이는 이 녀석을 우리 부부가 맡아줬으면 하는 눈치가 뻔하다.
하지만 50줄을 바라보는 우리 부부 둘다 일을 한다.
나만 해도 새벽 6시30분에 나가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온다. 아내는 그보다는 덜해도 낮 시간 동안 집을 비우기는 마찬가지다.
도저히 맡아줄 시간이 나질 않을 듯하다. 그래서 "네가 알아서 하라"고 미리 선전포고는 해놨지만 막상 닥치면 또 어떻게 될 지 자신이 서질 않는다.
가끔 그렇게 동물을 싫어하던 '아빠'가 몇달 지나지 않아서는 오히려 자식보다도 그 동물을 더 아끼는 '바보'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새 나도 그런 바보가 돼가는 것일까. 아마 친구들이 고양이바보 아빠라고 부를 지도 모르겠다. 제발 딸냄아, 그런 시험에 들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글은 노트펫 독자의 투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노트펫은 독자 사연을 환영합니다. 문의: 노트펫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notepet/), 이메일: eurio@inbnet.co.kr>














회원 댓글 3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