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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블랙프라이데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10시 드디어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간다. 그리곤 물건을 집어 들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한다.

 

한 해 결산을 앞두고 재고떨이에 나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풍경이 아니다. 반려동물업계에서 매년 3월말이나 4월이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조만간 열리는 이번 케이펫페어와 코리아펫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해 이맘때쯤 케이펫페어를 찾았다. 필자로서는 처음 겪은 국내 펫박람회였다.

 

첫 느낌은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이렇게 뜨겁구나 하는 감탄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쇄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 반려동물인구 1000만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은 거의 100% 무료 판촉용품을 나눠주거나, 파격가 현장판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로 숨이 턱턱 막히는 현장을 잠시 벗어나 보니, 로비에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ATM)에 박람회장 못지 않은 줄이 생겨 있었다.

 

이런 모습은 가을에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사람들이 쇼핑하러 펫박람회에 왔나? 사실이 그랬다.

 

지난해 가을에 열린 케이펫페어에서 부러움을 산 제품이 하나 있었다. 펫관련 용품이 아닌 공식 부스도 없이 박람회장 바닥에서 팔던, 물건을 담아 끌 수 있는 캐리어였다. 펫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쇼핑에 열심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아주 영리한 행동이었다.

 

업체들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작정하고 장사하러 가죠." 한 용품업체 대표의 간단명료한 답변이다.

 

우리나라의 펫용품업체들은 대부분 작다. 한 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사료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내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걱정이 들 정도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파격가에 팔더라도 남는다. 통상 쇼핑몰에 내는 30% 넘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스비 뽑았다."라는 말도 펫박람회가 끝나면 업자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혹자는 어차피 그것도 홍보가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펫용품은 아직까지 재구매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개나 고양이를 데려올 때 무한 애정에 이것저것 사지만 그걸로 대부분 끝이 난다. 한 번 팔았다면 다시 살 것으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제품을 사간 이들이 개인 블로그에 자랑하는 일도 부쩍 줄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제품이 싸구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연초부터 떨이를 해대는 제품에 애착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펫박람회는 통상의 박람회처럼 신제품을 보고, 트렌드를 살피기 위한 자리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지난해부터 펫박람회를 찾는 개발도상국의 바이어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당장 지금의 5일장 같은 박람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정상적인 박람회로 가기 위해선 반려산업의 모든 주체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맞다.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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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2건

  •   2016/03/24 13:56:18
    많이 변해야죠~~

    답글 0

  •   2016/03/24 16:15:34
    공짜 좋아해요. 줄서기하는 것 보면~

    답글 1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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