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펫] 2023년 도입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특정 시설·운영 기준에 따라 지자체에 신고하게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20마리 이상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은 보호실, 격리실 및 사료보관실을 구분 설치하고 급수 및 배수시설 설치, 사체 보관용 냉동시설 구비, 50마리당 1명 이상 인력 배치 등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신고제의 취지는 기존의 특별한 제한이 없었던 민간보호소에서의 학대나 애니멀 호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선한 마음으로 동물 보호를 시작해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유기동물이 늘어나면 결국 동물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제 도입 후 단 8곳 신고
하지만 신고제 도입 후 3년이 지났지만 전국에서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지난 4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공지 사항에 올라온 '민간동물보호시설 안내'에 따르면 현재 신고된 민간보호소는 부산 1곳, 충청도 3곳, 울산 2곳, 전북 1곳, 경기 1곳이다.

대부분 신고된 보호소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동물보호단체에서 설립한 시설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2022년 민간동물보호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140개의 보호소가 운영 중이다.
특히 조사 당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60개의 보호소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수도권에서 신고된 민간보호소는 1곳에 불과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
300여 마리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소장 A씨는 "이 제도는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 수준"이라며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운영 기준보다도 보호소가 위치한 장소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 건물, 토지, 상수도 문제가 가장 크다. 시설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토지 용도를 변경해야 하고,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A씨는 법에 맞게 내년까지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용도에 맞는 땅에 새 보호소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A씨는 "수용 개체수에 제한을 둘 순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보호소가 30마리만 보호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지역에 유기동물이 30마리만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 보호소라면 수시로 나타나는 동물들을 구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아닌 지원 필요해
동물보호활동가 B씨는 "보호소를 폐쇄하는 단속이 아니라 반대로 보호소가 동물을 더 많이, 오래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고제는 보호소에 과징금을 부여하고 폐쇄하는 처벌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 학대를 방지한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행정 편의를 위해 건축물과 토지 규제에 초점을 두고 법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B씨는 "지금 동물보호정책은 안락사 위주 정책이다. 안락사로 유기 동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설 확충과 입양 독려, 학대 처벌을 병행해 유기 동물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 역시 민간보호소를 운영하고 있기에 지자체로부터 몇 가지 지원 혜택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건물을 지을 때 30%를 자부담하면 국가에서 70%를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건물을 다 지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다"며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연한 적용이 있었으면
반면, 또 다른 동물보호활동가 C씨는 민간동물보호소 신고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특별한 기준 없이 이어져 온 민간 동물 보호 활동에 대해 이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유연한 적용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유기견보호소를 우대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지만, 상업용 동물 농장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호소들이 자발적으로 노력을 할 때 호의적이고 유연한 법 적용이 가능한 것"이라며 또한 "(법에서) 개, 고양이가 가축에서 제외된다면 더 유연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
B씨의 주장처럼 자고로 '동물선진국'이라면, 안락사를 최소화 내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및 중성화 수술 장려, 동물보호법 및 펫샵 규제 강화를 통해 유기동물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한해 시보호소에 입소하는 구조동물수는 10만 마리가 넘는다. 매년 감소 추세지만, 시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만 집계되기 때문에 민간보호소에 입소하는 동물까지 포함하면 공식 통계의 2~3배까지 추정된다. (출처: 부산일보 - 유기 동물 절반 구조돼도 자연사 혹은 안락사)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보호소의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 합계는 46%에 달한다. 치료 불가능한 동물을 제외하면 안락사가 법적으로 금지된 독일과, 65% 이상의 보호소가 거의 '안락사 제로' 상태인 미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안락사 조치가 비용적으로 저렴한 것도 아니다. A씨는 "우리 지역은 사체를 폐기 처리하는 데 연간 3억 8천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안락사 약 비용까지 포함시키면 연간 5억 원 넘게 지출되는 셈이다. 거의 직영 보호소를 하나 세울 수 있는 돈이다"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보호소는 예산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체수 제한과 안락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민간 보호소는 지자체가 모두 감내하지 못하는 유기동물관리 업무를 보완할 수 있다. 또한 너무 어리거나 치료가 필요해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유기동물에 대한 보호 역할도 할 수 있다.
B씨는 "국가 전체 유기동물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민간 보호소가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제와 단속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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