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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사진=노트펫 (이하)

 

[노트펫] 개와 고양이는 누군가 키우는 반려동물일 때는 물론이고, 길을 떠돌 때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의 처지는 달랐다.

 

경기도 부천시 조마루로 2에 위치한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신라애니멀그룹 부천지점)'은 수족관과 파충류관을 비롯해 육상동물을 전시하는 '정글존'을 운영하고 있다.

 

정글존의 운영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정글존에 '울프독' 두 마리가 전시되어 있는데, 자신의 변을 먹는 모습이 촬영됐기 때문이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네티즌들은 울프독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인지, 학대로 인한 식분증 증상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는 지난 12일 동물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

 

개와 고양이가 전시되는 동물원

 

가장 의아한 점은 우리가 흔히 반려동물로 인식하는 개와 고양이가 전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없지만, 입구 앞 첫 번째 전시장에는 '브레멘 음악대 농장 친구들'이라는 명칭으로 당나귀, 개, 고양이에 대한 안내가 적혀있었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전시장 유리 앞에는 당나귀와 닭들이 있었다. 고양이는 멀찍이 떨어져 구석 가장 높은 곳에 누워 있어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박희태 동물보호활동가는 "전혀 조합이 맞지 않는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며 "당나귀에게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고양이에게는 수직 공간이 필요하다. 닭은 고양이와 같이 있는 것이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머무는 동안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적합한 생활 환경이 제공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전시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그 옆에는 논란이 된 울프독 두 마리가 전시되고 있었다. 설명에는 "카르파티아 늑대와 저먼세퍼드 사이에서 탄생하여 공식 견종이 되었다." "체코의 국경 수비견"이라며 분명히 '개'라고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간 모자' 동화의 늑대 이야기나 '늑대' 책자가 비치되어 있어 혼동을 줬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울프독들은 사람의 관심을 좋아하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놀잇거리를 찾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였다. 하지만 전시장 안에 있는 것은 멀찍이 떨어져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황색 공과, 물가에 빠진 작은 삑삑이가 전부였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실제로 울프독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전시장의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은 수십 년에 걸친 계획 번식과 사회화를 통해 사람과 교감하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공식 등록 견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셰퍼드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늑대혈은 소량만 남아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위험한 늑대개'는 늑대와 직접 교배한 하이브리드 울프독으로, 체코슬로비키안 울프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전 세계적으로 골든 리트리버, 달마시안 같은 종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는 견종이 막혀있는 공간에 갇혀 전시되는 것은 이 견종의 본질에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A씨는 "전시 환경 속 울프독은 사회적 교류가 어렵고, 사람들에게 종에 대한 오해를 심어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지나가면서 "늑대다!"라고 외쳤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유리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울프독에게 생닭을 먹이거나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 '행동 풍부화'를 하고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어느 법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동물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고 건강상 결핍이나 불편함을 겪지 않게 사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들과 고양이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부천시청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원에 제재를 할 수 없다"며 "동물원의 보유 동물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물원법은 어떨까. 경기도청 관계자는 개나 고양이가 "전시되는 것이 동물원법에 저촉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육식성 동물인 고양이와 초식성 동물인 당나귀, 닭이 같은 공간에 전시되는 것은 "법에 저촉될 사항은 없어 보이나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만약 동물원 내에서 개와 고양이가 심각한 학대,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고 판단 된다면 개입할 수 있을까? 박희태 동물보호활동가는 "죽기 바로 직전 상태까지 가지 않는 이상 학대로 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부천시청 관계자도 "학대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법이 아닌 동물원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원의 존재 이유

 

동물원은 동물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억압하며 동물을 오락과 구경거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우리나라 동물원법은 "동물원 및 수족관에 있는 야생동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며, 보유 동물의 복지 증진 및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해 생명 존중 가치를 구현하고, 야생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함"을 동물원의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천 아쿠아리움을 돌아보며 과연 동물원법의 의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수족관에는 관람객들이 돈을 내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먹이볼' 판매기가 있었지만,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직원을 제외하고 관리·감독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정글존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폭포 쪽으로 향하자 잉어들이 가장자리로 모여들었다. 사람을 향해 입을 뻐끔거리며 뒤엉켜있는 모습이 '기괴'할 정도였다. 무인 먹이 체험 캡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관람객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정글존의 토끼들은 작은 구멍으로 넣어주는 당근 조각을 먹기 위해 유리창에 정신없이 모여들고 있었다. 사막여우는 먹이 구멍 앞에서 정신없이 앞발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관람객들은 "귀엽다"는 반응이었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기니피그는 좁은 전시장에 20마리가 넘게 머물고 있었다. 서열 다툼이나 영역 부족 및 무분별한 번식도 우려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동물원 체험 프로글매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6곳 동물원에서는 무분별한 먹이 주기 및 만지기 체험, 위생 및 안전 관리 부실을 비롯해 야생동물을 분양 판매하는 문제까지 적발됐다.

 

다행히 부천 아쿠아리움에는 만지기 체험이나 동물 판매가 없었다. 하지만 환경부의 동물원 전시 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에 따르면 먹이 주기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교육적 메시지와 함께 먹이의 양이나 주는 시간, 방법 등의 제한을 줘야 한다.

 

정글존 구역에 머무는 시간 동안 직원의 통제나 먹이 주기 제한 관련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물원에는 무인 자판기에서 먹이를 구매하는 관람객과, 본성을 잃고 정신없이 먹이를 받아먹는 야생동물들, 그리고 하릴없이 전시장에서 그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개와 고양이뿐이었다.

 

동물원에 전시되는 개와 고양이는 누가 보호해 주나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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