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펫] 서울동물영화제는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와 함께한 '2025 월간 동물영화' 8월 상영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는 '너와 나, 위계와 관계'를 주제로,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의 권력 구조와 관계성을 탐구하는 세 편의 한국 단편영화를 선뵀다.
상영작은 ▲권동현·권세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러브 데스 도그(2023)' ▲허지예 감독의 극영화 '세이브 더 캣(2021)' ▲유하나 감독의 실험영화 '해부학수업 챕터.2(2023)'다.

'러브 데스 도그'는 20세기 초 일본인 학자가 남긴 유리건판 속 개 사진에서 출발해 100여 년 전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추적했다. '세이브 더 캣'은 버려진 고양이의 등장이 두 인물의 관계를 흔들며 돌봄과 책임의 의미를 묻는다.

'해부학수업 챕터.2'는 개구리 해부 실험의 기억과 아카이브 이미지를 재구성해 폭력성과 불협화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허지예, 권동현, 권세정 감독이 참여했다.
허지예 감독은 "고양이 '메기'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능했던 촬영이었다"며 "장면마다 억지 지시 없이 스스로 행동한 순간을 담았고, 촬영 회차를 줄여 동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권세정 감독은 "어릴 때부터 함께한 개들이 하나둘 떠나는 과정을 겪으며 '반려종'이라는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궁금해졌다"며 "사진 속 개들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그 시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귀엽다'는 감상에 머물지 않으려 했고, 아카이브 속에서 개를 찾아내는 과정은 즐거웠지만 동시에 동물을 기록하는 인간의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동현 감독은 '아카이브 사진을 그대로 쓰기보다 그 속에서 지워진 맥락을 드러내려 했다'며 "과거 자료에는 차별적 시선이 많은데, 이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기 위해 편집과 내레이션 작업에서 신중을 기했다"고 전했다.
김명혜 서울동물영화제 팀장은 "이번 상영을 통해 영화라는 매체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위계, 권력, 관계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월간 동물영화'는 서울동물영화제가 매달 마련하는 기획 상영 프로그램으로, 과거 영화제 상영작을 다시 보고 심화 토론을 하는 자리다. 다음 상영은 오는 9월로, '다가올 미래'를 주제로 왕민철 감독의 '생츄어리'를 선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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