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펫] 잠시라도 밖에 나와 있기 힘들 정도로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이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의 개들은 비닐하우스와 철판으로 만들어진 불법 야외 견사에서 힘겹게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는 현재 인천시 남동구, 미추홀구, 옹진군(연수구는 최근 계약 해지)의 유기 동물 관리 업무를 위탁받고 있다. 보호소가 위치한 계양구의 지정동물병원이 빌려 쓰고 있는 견사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현재 4개 군·구의 유기동물이 입소해 있다.

그동안 이 보호소는 부실한 유기동물 관리로 시민 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보호소 한쪽을 이어 불법으로 증축된 야외 견사였다.
사단법인 더가치할개 고수경 대표는 최근 이어지는 폭염 속 야외 견사에서 지내는 개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와 동행 취재를 요청했다. 이날은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는 날이었는데, 야외 견사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보호소에 방문했다.


보호소에 들어서자, 사무실과 화장실이 위치한 첫 번째 실내 구역부터 개와 고양이들이 가득했다. 고양이 구역의 녹슨 철망은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어, 마트에서 판매하는 네트망을 케이블 타이로 묶어 막고 있었다.


외부와 차단된 실내 구역인 이곳은 앞으로 갈 곳에 비하면 쾌적한 편에 속했다. 복도와 창고, 사무실 곳곳마다 어린 강아지, 고양이들이 케이지에 들어가 있었다. 갓 출산한 모견과 자견들도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대다수 개들이 지내고 있는 두 번째 실내 구역에 들어서자 온도가 급격히 달라졌다. 보호소 한쪽 벽면이 뚫린 채 외부 비닐하우스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외 견사는 비닐하우스에 철판과 철망을 이어 붙여 보호소 구역을 확장한 상태였다. 뜨겁게 달궈진 야외 견사는 실내로 열기를 계속 불어넣고 있었다. 그나마 에어컨 가까이 놓여있는 케이지의 소형견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야외 견사의 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철판들이 엉성하게 붙어 있어, 군데군데 바닥과 벽 사이 틈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것도 목격됐다. 복도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일렬로 이어진 견사 내부까지 바람이 들어가진 않았다.


야외 견사가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바람이 잘 통하는 못해서였다. 그나마 최근 동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로 선풍기를 배치했지만, 외부로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안에서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계양구에서 야외 견사 한 군데에 에어컨을 설치해 가동 중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에어컨을 돌려도 온도는 35~36도에 달했다. 옆의 통로로 이어지는 다른 야외 견사 구역의 개들에게는 그마저도 없었다. 이렇게 바람 한 점 없이 뜨겁게 달궈지는 야외 견사 안에서 개들이 버티고 있었다.


야외 견사는 '버틴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계속 땀이 났다. 오히려 보호소 밖으로 나오니 시원할 정도였다. 고수경 대표는 "개들이 열사병, 탈수에 시달리면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전염병에도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시보호소에는 피학대 동물, 떠돌이개, 유기 동물뿐만 아니라, 주인이 잃어버려 찾고 있는 유실 동물도 입소한다. 잠깐 손을 놓쳐 주인이 잃어버린 개도 보호소에 건강한 상태로 들어왔다가 병든 채 나가거나, 심하면 자연사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오후 1시 반이면 근무가 끝나 직원이 퇴근한다. 수시로 폭염 경보가 울리는 상황에서, 야외 견사의 개들이 물을 엎지르거나 사고가 나도 다음날까지 폭염 속에 그대로 방치될 우려가 있다.


지난 18일에는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주최로 유기동물보호소의 관리와 대책에 대한 좌담회가 열렸다. 고 대표는 "이날 폭염으로 보호 개체들의 안전이 우려되니 즉시 야외 견사의 개들을 최대한 실내로 이동시키라는 김유곤 위원장의 요청이 있었다. 인천시 농축산과장이 '알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보호소 내에서 지역별 견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특정 군·구가 단독으로 시설 공사를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인천시가 주관해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좌담회 이후 각 군·구는 인천시로부터 아무 지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는 올해 12월로 계약이 종료된다. 폭염과 혹한 속 운영되던 야외 견사도 폐쇄될 예정이다. 그러나 보호소에 입소하는 동물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인천광역시에서 구조된 동물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기준 5,408마리에 달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시보호소에 대한 관리 감독 및 운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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