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펫] 평소 길에서 챙겨주던 고양이가 머리를 다쳐 쓰러져 있자, 구조해 돌본 보호자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나옹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뇌 질환을 겪으며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보호자가 나옹이와 함께 살게 된 계기는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나옹이는 길생활을 하면서도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이었는데. 보호자도 평소 그런 나옹이를 챙겨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호자는 산책 중 집 앞에 주차된 차 밑에 숨어 있는 나옹이를 발견했다.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몸이 굳은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고양이들은 아프면 자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에 숨어있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며 "먹고 자는 공간이 따로 있었음에도 저희 집 앞에 숨어 있었던 것은 내가 얘를 책임져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는 보호자.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해봤지만 혈액 검사와 엑스레이에는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 외상이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고양이 머리를 가격해서 뇌 쪽에 손상을 받은 것 같다는 추측만 가능했다.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100만 원이 족히 나가는 MRI 촬영이 필요했고, 병을 알아도 수술과 후유증 관리까지 책임져야 했기에 보호자도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호자는 나옹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가는 길 고단하지 않게 끝까지 책임져 주고 싶었다"는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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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을 앓는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집으로 데려온 나옹이는 입에 물을 흘려줘야 겨우 삼킬 정도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소변이 방광에 가득 차면 2~3일에 한 번씩 모아서 소변을 봤다. 보호자는 "이때가 정말 절망적이었다. 이렇게 평생 동물병원에 데려가 마취 후 오줌을 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밥을 먹고 대소변만 볼 수 있다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보호자. 밥을 먹여 소화시키고, 흘러나온 배뇨를 처리하는 등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했기에 외출을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렇게 약 20일이 지나면서 기적이 찾아왔다. 소변이 차면 뇌에서 배출하라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머리를 다친 나옹이는 그것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뇌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도와주는 약을 써보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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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이는 스스로 밥도 먹기 시작했다. 계속 넘어지면서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뇌 질환 후유증으로 써클링(같은 자리를 맴도는 증상)이 생겼고, 정신없이 돌다가 곳곳에 부딪혀 상처까지 생겼다.

빙빙 돌다 지쳐 쓰러져 잠드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안구진탕 증상도 나타났다. 그래도 보통 고양이에게는 자연스러운 그루밍이나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도 보여주며, 나옹이는 힘겹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보호자는 "일정 부분은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후유증이자 병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옹이의 생이 지금보다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 17년을 같이 살던 반려견 두 마리를 떠나보내고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는 보호자. 그래서 나옹이를 구조하게 된 순간이 더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아픈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은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일이다. 보호자는 "어쩌면 나옹이는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빨리 떠나보내야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은 제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기도 하지만, 치료 기간이 더 길어졌다면 저도 지치는 순간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모든 보호자님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옹이의 상태를 본 동물병원에서 보호자가 어떤 선택을 해도 존중한다고 말해준 것이 많은 위로가 됐다고.
보호자는 아픈 고양이도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의 고단함에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최선을 다 해 주시되, 어떤 선택을 하시더라도 그건 보호자님의 잘못이 아니니 마음의 짐을 싣고 살지 않길 바란다"는 보호자.
마지막으로 "모든 아픈 반려동물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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