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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도 큰 고양이 일뿐

[나비와빠루] 제41부

 

그루밍을 하고 있는 표범. 201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그루밍을 하고 있는 표범. 201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노트펫] 현대사회의 직장인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무실이라고 부르는 좁은 공간에 쏟아 붇는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직장인들은 소진된 자신의 에너지를 다시 채우기 위해 급여라고 부르는 경제적 대가를 받는다.

 

보는 관점에 따라 현대 직장인의 이런 순환구조는 계속 반복되는 무한루프(endless loop)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주말 아침이 되면 현대인은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 신세가 된다. 몸과 마음은 물에 잠긴 솜처럼 축 늘어지고 무거워진다. 그래서 고개를 들 힘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

 

현대사회의 보편적 주택들은 철골철근구조(steel framed reinforced concrete structure)의 아파트다. 거대한 종이상자 같은 아파트 같은 건물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는 창(窓)이다. 시멘트 건물의 크고 작은 창을 통해 현대인은 세상의 움직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격식을 차리지 않은 편안한 파자마 차림으로도 바깥 날씨가 좋은지, 사람들의 옷차림이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현대인은 고양이를 마치 창과 같은 존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집이나 동네 골목에서 사는 고양이를 보면서 고양이의 먼 친척들인 고양잇과동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현대인들 대부분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야생 고양잇과동물의 삶과 행동을 유추하기에 최적의 동물이다.

 

고양이는 뛰어난 유연성과 놀라운 운동신경을 가진 매력적인 동물이다. 그런데 이 문장의 주어인 고양이라는 명사를 고양잇과동물로 바꾸어도 틀린 점이 없는 맞는 문장이 된다. 그만큼 고양이는 자신이 속한 친척들의 삶과 행동을 반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나비는 밥을 먹으면 하는 일이 꼭 있었다. 먼저 마당에서 볕이 제일 잘 드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혀를 이용하여 털을 구석구석 고르는 일이었다. 털에 묻은 음식물이나 먼지가 만족스럽게 제거되면 나비는 혓바닥 그루밍(grooming)을 멈추고 잠시 꾸벅꾸벅 졸았다. 이것은 거의 예외가 없이 진행되는 일종의 공정(process)과 같았다.

 

그루밍을 하고 있는 표범. 201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그루밍을 하고 있는 표범. 201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이런 행동은 작은 포식자인 고양이에게만 비단 국한되지 않는다. 고양이의 먼 친척인 덩치 큰 표범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릴 때였던 2011년, 봄볕을 맞으면서 어린이대공원에 갔다. 당시 어린이대공원에는 여러 맹수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낯을 별로 가리지 않는 표범이 좋아했다.

 

그런데 그날 표범은 봄볕을 맞으며 마치 나비처럼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정성껏 이곳저곳 자신의 털을 고르던 표범은 결국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꿈나라로 가고 말았다. 비록 덩치는 나비의 수십 배였지만 표범도 덩치 큰 고양이와 같았다. 그래서 사자나 표범 같은 대형 고양잇과동물들을 빅 캣(big cat)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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