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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견에서 반려견으로...실험실 밖 세상으로 나온 비글 21마리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노트펫] "잘왔어", "미안해", "고생했어", "괜찮아", "할 수 있어"

실험실에서 실험견으로 살아가던 비글 21마리가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21일 SNS에 실험실에서 나온 실험 비글 21마리의 모습을 공개했다.

 

비글 21마리는 국내 모 대기업 연구소가 동물실험을 마치고 비글구조네트워크에 기증하면서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올해 초부터 기증이 결정됐고 지난 20일 마침내 비글구조네트워크의 논산쉼터 땅을 밟게 됐다.

 

지난 2020년 4월 29마리의 실험비글이 이 단체에 기증된 데 이어 재차 국내 최대 규모의 실험동물 구호가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케이지에 담겨 논산쉼터에 도착한 비글들. 케이지의 문을 열어주지만 쉽게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다. 실험실에서 익숙하게 봤을 철문을 아예 뜯어내주자 그제서야 햇살이 비치는 바깥으로 발을 내딛었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듯 옆에 있던 친구의 냄새를 맡는 모습이 울컥하게 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대부분의 실험비글은 동물실험 이후에 부검이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걸 비춰볼때 실험비글의 평균 수명은 2년에 불과하다"며 "해당 연구소의 협조로 이번에 우리 곁으로 온 실험비글 21마리는 실험도구에서 이제 누군가의 가족 구성원이자 평범한 반려견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비글은 '3대 악마견'으로 불릴 정도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늘 사고를 친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람을 잘 따르고 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1950년 무렵부터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특히 실험비글은 태어날 때부터 연구원이 안전하고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몸에 손을 대면 꿈쩍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훈련부터 아파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인내심을 기르는 특화훈련을 받는다. 이렇게 오로지 실험만을 위해 태어나고 훈련받고 살아있는 2년 동안 실험에 이용되다 안락사나 부검대에서 해부로 그 생을 마감한단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험비글의 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험 종료 후 비교군이나 상대적으로 경미한 실험을 한 비글들을 다시 실험에 투입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연구원과 연구기관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실제 비글구조네트워크에 기증되는 실험비글은 과거 매해 10여 마리 안팎이었으나 최근 3년간 50~60마리의 크게 늘었다. 또 이번처럼 한 번에 기증되는 숫자도 20~30마리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번 실험비글 21마리의 희망을 보면서 여전히 어두운 실험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나머지 실험비글 1만 마리의 절망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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