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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하는데 마취가 웬말이냐고

'아휴 진짜, 미용 때려치고 말지' 어느 직업이나 자신의 일을 때려 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나 역시 미용을 욱하는 마음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가끔은 있다. 비단 사람들 때문은 아니다. 바로 미용하러 온 개나 고양이도 그런 맘을 들게 한다.

 

우리 가게에는 1년에 두 번 미용하러 오는 믹스견이 하나 있다. 집은 경기도 포천인데 견주의 따님이 가게 근처에 사는게 인연(?)이 됐다.

이 녀석은 1년에 두 번 미용을 한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 미용을 도맡아 하는 셈인데, 어쩌다 포천에서 광명까지 원거리 미용을 하는 것일까.

이 녀석의 성격 탓이다. 미용을 하려 들면 아예 '너 오늘 잘 걸렸다'할 정도로 물려 든다. 그래서 원래 훈련소에서 미용을 하다 그것도 여의치 않아 우리 가게에까지 오게 됐다. 견주도 외출할 때마다 이 녀석과 전쟁을 벌인다는데 입마개만 하는데도 30분이 걸린단다. 이 정도면 왜 키우나 할 정도다.

 

사실 나도 이 녀석 감당이 무척 힘들다. 보통 1시간 정도면 걸리는 미용 시간이 최소 3시간으로 늘어난다. 도통 가만히 있지를 않는데다 무는 행동을 방어하기도 힘들다. 입마개도 그닥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3시간을 이 녀석과 씨름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아, 내가 왜 데리고 오라고 했는지'

 

이 녀석처럼 다루기 힘든 개들이 종종 있다. 내 경험상 5마리 중 3마리는 착하다. 정말 착하다. 까탈스럽고 도통 몸을 맡기지 않으려는 2마리도 대부분은 겁이 많아서 그렇지 성격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런데 30마리 중 1마리는 정말 진상 중에 진상이다. 사람 말로 개진상인 셈이다. 이런 진상개를 만나는 날이면 내가 왜 미용일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물론 이런 개들은 제발 다른 미용실로 가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내가 가게를 옮겨 가면서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런 개들은 다른 곳에서도 제발 오지 말아 줬으면 하는 블랙리스트 목록에 이미 올라 있기도 하다.

전신마취. 치과 진료를 받거나 MRI를 찍을때 동물병원에서 동물들에게 취하는 조치다. 그런데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보호자들이 꽤 많다.

 

수의사 샘의 설명을 듣고 나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칫솔질 하는 것도 버거운데 거기다 스케일링까지 하려 한다면 가만히 있을 개가 있는게 오히려 더 신기할테다.

 

그런데 미용이 어려운 개나 고양이들은 순전히 미용 만을 위해 이런 전신마취를 하기도 한다. 물론 숍에서 전신마취까지 하는 것은 아니고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마취시킨 뒤 이송받아 미용을 하는 것이다. 워낙 나대는 통에 불가피하게 이런 격한 조치를 취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나 고양이 역시 잦은 전신마취는 몸에 좋지 않다. 어떤 개는 전신마취를 너무 자주 해대는 통에 주인도 어쩔 수 없이 잘 부탁한다고 하면서 그 험한 미용의 길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게 하려면 정말 어릴 때 교육이 중요하다. 확실히 틀을 다져 놔야 살아가면서 이런 엄한 불편도 겪지 않을 수 있다. 포천이 집인 그 녀석의 주인분은 정말 착하신 분이다. 그분도 참 고생이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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