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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함을 즐기는 집고양이와 자유를 만끽하는 길고양이

 

[노트펫] 길고양이와 집고양이는 생물학적으로 같다.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다. 또한 고양이들의 신분은 언제든지 변동 가능하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가 될 수 있고, 길고양이도 집고양이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변동성은 확률로 계산하면 그리 높지 않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로 신분이 바뀌는 경우는 크게 두 개다. 주인에 의해 유기(遺棄)되거나, 아니면 스스로 현관문을 넘어 외부로 나가는 것이다. 길고양이가 집고양이가 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길고양이가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사람 사는 집의 현관을 넘어서 들어오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일은 전제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미래의 고양이 집사가 될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고양이는 눈치가 워낙 비상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이런 도박에 자신의 운을 맡긴다.

 

길고양이와 집고양이를 구분하는 잣대는 생물학적인 특징이 아니다. 주인 혹은 집사라고 불리는 사람의 존재 여부다. 주인은 집고양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인은 새끼의 성장과 안전을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치는 어미와도 같으며, 세상의 그 어떤 평지풍파(平地風波)에도 능히 견딜 수 있는 방파제와도 같다.

집고양이는 이렇게 자신을 위해 뭐든 할 의지가 있는 주인이 돌봐주니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그 결과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세상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산다. 하늘과 땅의 차이를 천양지차(天壤之差)라고 하는데 그 정도 차이가 난다. 구름과 진흙의 차이를 운니지차(雲泥之差)라고 하는 데 그 정도 격차가 벌어진다.

 

그렇다고 집고양이가 모든 측면에서 길고양이보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식량, 안전, 위생 등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전지전능한 주인의 지원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대신 그 모든 것을 주어도 바꿀 수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넓은 공간을 마음껏 이동할 자유다.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그런 자유가 없다. 집고양이에게 허용된 공간은 주인에 따라 다르다. 평(坪)수 기준 24평, 32평, 45평, 54평 정도다. 한국의 집고양이들은 24평과 32평이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 그것도 공용면적인 현관, 복도, 계단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으로는 18평, 24평이 보편적인 한국 집고양이의 거주 면적이다.

 

ⓒ노트펫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길고양이, 2019년 촬영

 

사람이 사는 주택에서 사는 집고양이와는 달리 길고양이는 지붕 없는 대지에서 바람을 맞고 이슬에 몸을 적시며, 추운 길바닥에 몸을 눕히고 잠을 잔다. 포근한 담요가 깔린 고양이 전용 박스는 길고양이에게는 상상조차 힘든 사치일 뿐이다.

 

덩치 큰 동물들은 언제든 길고양이의 생명을 노린다. 못된 사람들도 길고양이에게는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나 같은 존재다. 길고양이에게 배고픔은 일상이다. 꽉 찬 위장이 주는 포만감은 자주 느낄 수 없는 호사다.

 

하지만 이런 풍찬노숙(風餐露宿) 생활 속에서도 길고양이는 자유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즐길 수 있다. 길고양이는 자신의 의지로 언제든지 나무 위에 오를 수 있다. 저 멀리 무엇이 있는지 다음 갈 곳이 어딘지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사람의 눈에는 위험하게만 보이는 높은 담벼락에서 꼬리를 세우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 좋은 냄새가 나거나 신기한 소리가 들리는 곳이면 마음대로 갈 수 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 그 어디든 이동할 자유가 있다.

 

집고양이가 누리는 안락한 생활과 길고양이가 즐기는 위험하지만 자유로운 생활,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삶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지는 개인의 가치관 차이일 뿐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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