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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길냥이 돌본 가족의 편지..“이사한 후에도 밥 줘도 될까요?”

부부가 받은 편지와 길고양이 쿠조(오른쪽). [출처: Reddit/ NeverVarsity]
부부가 받은 편지와 길고양이 쿠조(오른쪽). [출처: Reddit/ NeverVarsity]

 

[노트펫] 기르는 고양이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집사가 있는 세상에, 길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진 천사 가족이 있다. 길고양이를 16년간 돌본 가족이 이사 후에도 고양이 밥을 챙기기 위해서 이웃에게 편지로 허락을 구했다고 일본 온라인매체 그레이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부부가 새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지낼 집을 임대했다. 그런데 길 건너편에 사는 이웃 에이미 잭슨의 편지를 받고 감동 받아서, 인터넷에 그 선행을 널리 알렸다.

 

남편은 지난 2월말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 “어제 차 앞유리에서 이것을 발견했다.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이웃의 편지 사진을 공유했다.

 

Found this under my windshield yesterday. from r/HumansBeingBros

 

 

편지의 사연은 이랬다. 잭슨의 부모님이 오션프론트 애비뉴 42번가에서 수십 년간 살면서, 약 16년 전 새끼고양이 ‘쿠조’를 돌보기 시작했다. 쿠조에게 예방접종을 시키고, 중성화 수술도 받게 했다. 황색 얼룩고양이 쿠조도 부모님의 집 마당을 들락거리면서 그 거리에 계속 머물렀다.

 

잭슨 가족은 쿠조를 사랑했지만, 길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잭슨 가족과 쿠조는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면서 살뜰히 서로를 챙겼다.

 

그런데 3년 전 부모님이 55번가로 이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부모님은 쿠조를 데려가고 싶었지만, 쿠조는 떠나길 거부했다. 부모님은 케이지에 덫을 만들기까지 했지만, 쿠조 대신에 미국너구리, 주머니쥐, 여우 등만 걸렸다.

 

결국 잭슨 가족은 노령고양이의 뜻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잭슨 가족은 쿠조가 사는 곳에 인접한 이웃집에 일일이 상황을 설명하고 허락을 받았다.

 

부부 전에 살던 세입자에게 허락을 구해서 그 집 뒷마당에 그릇 3개를 놓고 쿠조의 밥을 챙겼다. 노령고양이 쿠조의 이빨이 약해진 데다, 사냥실력도 녹슬어서 더 이상 스스로 먹고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부부가 새로 이사 오자, 잭슨은 다시 편지를 보내서 재차 허락을 구한 것! 쿠조의 집사 잭슨은 편지에서 “쿠조가 거기서 이미 오래 살았기 때문에 동물관리 당국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며 “쿠조는 친숙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냈으면 한다.”고 뜻을 전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 연락처와 함께 쿠조는 겁 많아서, 박수만 쳐도 도망칠 거라고 조언했다.

 

쿠조의 사연에 부부도 네티즌도 감동했다. 길고양이 쿠조가 16년 넘게 장수한 것은 모두 잭슨 가족 덕분이라며 그 가족의 따뜻한 마음씨를 칭찬했다.

 

쿠조 사진도 올려달라는 댓글이 900개 넘게 쇄도하자, 남편은 하루 뒤에 쿠조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사진에서 쿠조는 길고양이 답지 않게 뽀얀 털을 자랑해, 잭슨 가족이 얼마나 살뜰하게 챙겼는지 짐작하게 했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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