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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오드 아이 고양이

[노트펫]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생필품 구입 이외의 목적이 아닌 이상 외출을 거의 삼가하고 있다. 그래서 동네 마트로 가는 동안 만나는 그 짧은 순간의 바깥 공기는 코끝에 상큼함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를 나와 마트로 가는 길에 주차장에서 뜻밖의 진객(珍客)을 만났다. 양쪽 눈의 색깔이 서로 다른 새하얀 길고양이였다. 한 쪽 눈은 푸른 하늘색, 다른 한쪽 눈은 연한 갈색이었다. 이렇게 양쪽 눈의 색깔이 서로 다른 경우를 오드 아이(odd eye)라고 한다.

 

오드 아이 고양이는 보기 드물다. 필자도 거의 십 년 만에 보았다. 신기한 마음이 들어 주머니 속을 뒤져 스마트 폰을 꺼냈다. 원거리 촬영을 시도했다. 렌즈를 당겨서 촬영했지만 화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좋은 화질을 위해 근접 촬영을 시도했다. 고양이와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잠시 접어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그런 행동은 오드 아이 고양이의 경계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고양이는 낯선 이방인의 움직임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저 멀리 떠나 버리고 말았다. 오드 아이 고양이와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으면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도 들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노트펫
근접 촬영에 실패하여 사진만으로는 고양이가 오드 아이임을 증명하기 어렵다. 2020년 4월 촬영


앞에서 설명한 고양이처럼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경우, 오드 아이라고 한다. 오드(odd)는 특이한, 이상한, 기묘한 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한다. 오드는 아이들의 수학교과서에도 등장한다. 홀수는 오드 넘버스(odd numbers), 짝수는 이븐 넘버스(even numbers)다.

 

오드 아이는 의학적 용어는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홍채이색중(Heterochromia iridum, 虹彩異色症)이라고 한다. 홍채(Iris, 虹彩)는 안구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수축성 격벽으로 ‘검은자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홍채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오드 아이는 홍채 세포의 멜라닌 색소 농도 차이 때문에 생긴다. 밝은 쪽 눈은 과다색소침착, 어두운 쪽 눈은 과소색소침착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드물지만 오드 아이는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미국에 살 때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필자의 기억에는 모두 백인들이었던 것 같다.

 

개나 고양이의 세계에서도 오드 아이가 있다. 그런데 이 현상은 모색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흰색 털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 몸의 털이 흰색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모색이 흰색이어도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의 경우,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 혈통에서 자주 발생한다. 필자가 본 오드 아이 강아지들은 모두 시베리안 허스키들이었다. 고양이도 페르시안(Persian) 혹은 터키시 앙고라(Turkish Angora) 같은 모색이 흰 품종에서 대부분 나타난다.

 

며칠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난 길고양이도 순백묘(純白猫)였다.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코리안 쇼트 헤어(Korean short hair)와는 생김새가 달랐다. 고양이의 외모로만 판단하면 앞서 말한 근동(Near East, 近東) 지역이 고향인 흰 고양이들을 생각나게 해줬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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