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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짧은 아깽이 시절

[노트펫] 어린 고양이들을 흔히 아깽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린 고양이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집고양이들은 아깽이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집고양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생물학적으로 성숙하여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성묘(成猫)가 된다. 하지만 덩치가 아무리 커도 집고양이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아깽이의 특징이 있다. 그런 점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없어지지 않는다.

 

집고양이들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간단하게 이를 해결한다. 주인을 찾아서 “야옹”거리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럴 때는 다정다감하게 할수록 효과가 크다. 그런데 집고양이들의 이런 행동은 새끼 고양이들이 자신의 어미들에게 하는 행동과도 유사하다. 사실 어미와 주인이 가진 속성은 같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비슷하다. 문제 제기는 고양이가 하고 해결은 주인이 하는 것이 집고양이의 삶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집고양이와 혈연적으로는 같은 또 다른 고양이들이 존재한다. 길고양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영원한 아깽이의 삶을 사는 집고양이들과는 다른 운명이다. 아깽이의 삶이 무한대로 연장되는 집고양이와는 달리 길고양이는 전체 인생에서 매우 제한된 시간만 아깽이의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찰나와 같은 아깽이의 시간이 끝나면 길고양이들은 인생의 모든 무게를 혼자 견뎌내야만 한다.

 

ⓒ노트펫
아직 어미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어린 길고양이 형제들. 조만간 어미와 헤어질 시기가 되어 보인다. 2015년 대전에서 촬영

 

이런 점을 역으로 해석하면 비록 길고양이라도 한 때 누군가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길고양이의 삶 중에서 아깽이로 호사를 누렸던 그 시간은 전체 인생 중에서 매우 예외적인 시간이다. 고양이의 속성은 단독 생활이다.

 

아깽이 시절 길고양이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아깽이 시절 길고양이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제공해주는 엄마 고양이가 있다. 또한 자신과 같은 피를 가진 여러 형제들도 있다. 단독 생활을 하는 고양이가 혈연의 정을 나누고 무리를 이루면서 사는 예외적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의 아깽이들이 누리는 행복은 애석하게도 그리 길지 않다. 3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이 흐르면 아깽이들의 어미는 새끼들을 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어미가 새끼를 책임지는 시간은 딱 그 시절까지 만이기 때문이다. 그게 야생의 운명이고 숙명이다.

 

ⓒ노트펫
3개월 정도 된 길고양이들은 비록 서툴지만 자기 능력으로 생존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2016년 전주에서 촬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주위의 저항을 약화시키면서 천천히 문제를 푸는 연착륙과 일시에 거칠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착륙이 있다. 길고양이 어미는 자기 새끼들과 헤어질 때 예외 없이 경착륙을 선택한다. 연착륙으로 정든 새끼들과 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어미를 매정하다고 탓해선 안 된다. 이런 현상은 고양이라는 동물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랑이. 표범, 치타 같은 대형 고양잇과동물들이나 스라소니, 서발 같은 중형 고양잇과동물들도 같다. 유일한 예외로는 무리를 이루고 사는 사자뿐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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