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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를 통해 본 인간의 위대함

[노트펫]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장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우두머리가 아니라 영묘(靈妙)한 능력을 가진 우두머리다. 영어로는 “Man is the lord of creation.”이라고 한다. 창조물 중에서 으뜸이라는 뜻이다. 국어나 영어나 그 의미는 거의 같은 것 같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들인 개와 고양이를 보면 인간이 그런 칭송을 받을 자격이 충분함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이 두 동물들을 자신의 친구로 만들면서 자연계에서 그 동물들이 가지고 있던 본능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놀라운 재주를 부렸기 때문이다.

 

개는 무리를 이루어서 집단의 힘으로 사냥을 하는 늑대의 후손이다. 늑대는 한 마리의 능력보다 마치 축구나 배구를 하는 것과 같이 무리 구성원들이 협동심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 그래서 단합된 늑대 무리를 이길 동물은 지구상에서 극히 드물다.

 

그런데 사냥을 할 때 늑대들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바로 눈이다. 알파라고 불리는 늑대 무리의 대장은 눈으로 자기 부하 늑대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린다. 부하들은 대장이 눈으로 보낸 지시를 받고 그대로 따른다. 만약 부하 늑대들이 대장의 눈길에 적합한 리액션을 하지 않으면 대장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다. 이는 응징이 따르는 하극상(下剋上)이다.

 

ⓒ노트펫
북극늑대들이 사향소 무리를 공격하고 있다. 2018년 6월 빈 라이프 사이언스 뮤지엄(Bean Life Science Museum)

 

개 중에서도 소나 양 같은 가축들을 키우는데 이용되는 보더 콜리와 같은 목양견(牧羊犬)들은 이런 본능을 거꾸로 이용하는 독특한 개들이다. 원래 늑대에게 소나 양은 먹잇감이다. 하지만 늑대의 개량형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목양견들은 오히려 가축들을 보호 대상으로 여긴다.

 

심지어 자신의 부하로 생각하고 오히려 눈으로 작전 지시를 그들에게 수시로 내린다. “그 경계선 밖으로 나가면 위험해서 안 돼”, “이제 갈 시간이야” 등의 의미를 가지는 지시들이다.

 

만약 목양견들의 지시에 불응하는 소나 양이 있다면 목양견들은 그 가축을 응징한다. 목양견의 공격 부위는 발목이다. 그래서 목양견들을 발뒤꿈치를 의미하는 힐(heel)에 행위자를 뜻하는 접미어(er)를 붙여 힐러(heel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양견에게 발목을 물린 가축들은 통제에 따르기 마련이다. 개의 날카로운 이빨은 가축들에게는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트펫
목양견 보더 콜리가 양떼를 몰고 있다. 2013년 4월 서울대공원

 

먹잇감에 대한 사냥 본능이 보호 본능으로 바뀐 목양견과는 달리 고양이는 자신의 본능대로 살아간다. 인간은 고양이를 가축화하면서 개와는 달리 야생의 본능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집고양이의 주 업무는 야생 고양이와 같았다.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작은 설치류를 사냥하는 일이었다. 쥐를 잘 잡으면 고양이는 사람에게 칭찬을 받았다.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사는 곳이 야생에서 사람들의 주거지로 바뀌었을 뿐 하는 일은 똑 같은 셈이다.

 

이렇게 인간은 개와 고양이를 자신들의 친구로 만들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들의 본능까지도 선택한 것이다. 특히 대단한 점은 늑대의 후손인 개를 과거 자신의 먹잇감이었던 소나 양의 보호자로 만든 것이다. 포식자가 자신의 먹잇감을 지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위대함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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