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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유비, 제갈량, 덩샤오핑 그리고 흑묘백묘

[노트펫] 조조(曹操), 유비(劉備), 손권(孫權), 세 영웅이 후한(後漢)을 삼분하고 주인 자리를 놓고 다투던 시기를 삼국시대라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三國志)로 기록되고, 명대(明代)의 소설가 나관중을 만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로 다시 각색된다. 이후 삼국지연의는 동서양 구분 없이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된다.

 

삼국의 국력은 동등한 수준이 아니었다. 낙양(洛陽)과 장안(長安)으로 대표되는 중원을 차지한 위(魏)의 국력은 압도적이어서 촉(蜀)과 오(吳)는 국력을 합쳐도 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유비의 촉이 있던 곳의 지역 명칭은 익주(益州)였다. 익주는 후한 14개 주 중 하나로 유비는 단 하나의 주를 차지하고 촉을 건국한 것이다. 익주는 당시 파군(巴郡)과 촉군(蜀郡)으로 나누어져서 양천(兩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양천은 송대(宋代)에 4개로 다시 세분되며 사천(四川)으로 나뉜다. 사천은 그렇게 사천성(쓰촨성, 四川省), 사천요리(四川料理) 등의 어원이 된다.

 

유비 사후 촉의 실권은 제갈량(諸葛亮)에게 넘어간다. 제갈량은 '협소한' 익주에 웅거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군사를 일으켜 위를 공격한다. 북벌(北伐)이라는 신공을 펼친 것이다.

 

북벌이 가능하였던 것은 촉의 농업생산량 덕분이다. 그런데 북벌 자금 상당 부분은 적국(敵國)에서 조달한 것이다. 촉에서 생산한 비단 등을 위의 상인들이 고가로 구입해줬기 때문이다.

 

사천요리는 맵고 자극적이다. 마파두부도 사천요리에 속한다. 

 

위의 문장에 있는 '협소한'이라는 표현은 절대적 표현이 아닌 상대적 표현이다. 촉의 수도 성도성(成都城)은 쓰촨분지(四川盆地)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그 분지의 면적만도 남한 면적의 한배 반이 넘는다.

 

21세기 중국 지도를 펼쳐보면 쓰촨분지에는 충칭과 청두라는 거대 도시들이 있다. 충칭은 명화의 반열에 오른 중경삼림(重慶森林)의 배경이다. 인구 2천만이 훨씬 넘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이기도 하다. 청두는 과거 촉의 수도 성도성의 현재 명칭이다.

 

쓰촨의 농업생산량은 중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중국인의 주식은 쌀과 밀인데, 쓰촨의 생산량은 해당 곡물 선두를 다툰다. 또한 각종 과일과 돼지고기 생산량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쓰촨을 하늘이 곳간을 내려준 곳이라는 뜻의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1970년대 말 가난했던 중국을 개혁개방하면서 오늘날의 번영을 이끈 정치가는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이다. 그는 쓰촨성 출신으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자신의 경제철학으로 대내외에 널리 보급했다. 그런데 덩주석의 경구(警句)는 그의 독창적인 창작물이 아니다.

 

그림 속의 고양이는 흑묘일까 백묘일까? 2018년 10월 촬영

 

흑묘백묘는 덩주석의 고향인 쓰촨성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격언이다. 쓰촨은 예로부터 경제적으로 풍부했다. 그러다보니 잉여 농산물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서 쥐가 자연스럽게 많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집집마다 들끓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키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격언이 만들어지고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흑묘백묘라는 속담이 언제 생겼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유비가 조조에 맞설 때나 제갈량이 북벌을 할 때도 사천의 고양이들은 주인을 위해 쥐를 열심히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덩샤오핑이 어린 시절 자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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