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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투기의 대상이 되다

[김민정 일본 통신원]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투기는 역사상 최초의 투기적 버블(거품)로 여겨지고 있다. 버블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튤립 투기는 당시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 네덜란드를 기울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투기가 있었을까. 가까이는 중국의 티베탄 마스티프 열풍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한 때 호가가 20억원을 넘었던 이 개는 중국의 경제 둔화와 반부패 운동이 벌어지면서 이제는 단돈 5달러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이에 앞선 19세기 일본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대상이 다소 뜻밖이다. 바로 토끼였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FM+에 따르면 메이지시대(1868~ 1912)의 일본 사람들에겐 가장 큰 인가를 끈 애완동물이 바로 이 토끼였고 한 때 토끼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픽사베이>

 

일본은 메이지시대로 접어들면서 서양 문물을 본격 받아들이면서 근대국가로의 변신을 시작한다. 이때 동남아시아 등의 외국으로부터 희귀한 토끼도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다. 희귀한 종의 토끼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애완동물용으로 뿐만 아니라 식용이나 모피용으로도 사용됐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토끼에 일본 사람들이 빠져 들기 시작한 것.

 

'대합실'이라 불리던 당시의 찻집에는 털색이 신비로와서 남에게 자랑할 만한 토끼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이어 토끼로 크게 한 탕 벌어 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나 토끼 가격이 부풀려지면서 토끼 버블이 발생했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애완동물도 당연 토끼 차지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양쪽귀가 황색이어서 희귀했던 토끼 한 마리가 600엔에 팔려 나갔다. 이 가격은 당시 120평 토지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투기에 눈이 멀자 별별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토끼 때문에 딸을 팔아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토끼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상해를 가하는 등의 폭력 사고도 일어났다.

 

토끼 버블의 후유증이 나타나자 정부가 이에 개입했다. 차마 두고볼 수 없었던 정부는 '토끼세'를 거둬 들이기로 했다. 1마리당 월 1엔. 당시 1엔으로는 쌀 30kg를 살 수 있었다. 세금을 부과하고 6년 정도 지나자 토끼버블도 끝이 났다. 사람들은 토끼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갔다.


당시의 풍속화가 그려진 목판화에는 붐의 절정이었던 때 인력거에 소중히 태우고 다니던 토끼의 모습이 남아 있다. 붐이 사그라들자 활과 화살에 겨냥을 당한다는 내용의 풍자화도 그려졌다. 토끼 입장에선 매우 귀찮고 불편하기만 했던 토끼 거품. 인간의 탐욕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벌어졌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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