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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넘어지지 않는 등반가, 록키산양

[노트펫] 등산은 엄청난 칼로리가 소비되고, 좋은 공기도 마실 수 있는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등산은 운동과 참선이 결합된 야외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등산은 다른 운동과는 달리 모자, 배낭, 지팡이 등 약간의 장비(gear)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보다 훨씬 중요한 필수 장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심지어 경시하는 경우도 있다. 등산화다.

 

등산화는 경사진 땅에서 등산객이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지해준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인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등산화를 신지 않고 등산할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산은 사람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처럼 거주지로는 불편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일이다.

 

그런데 극소수의 동물들은 그런 높은 고지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해발 수천 미터의 고지와 가파른 절벽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북미 록키산맥(Rocky Mountains)의 고지에서만 생존하는 록키산양(Rocky mountain goat)이 바로 그런 동물이다.

 

록키산양(박제). 2018년 8월 댈라스 페로박물관에서 촬영

 

록키산양이 해발 수천 미터의 고지에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평지나 낮은 산지는 푸마나 늑대 같은 천적들에게 언제든지 습격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한 사냥철이 되면 사냥꾼들에게 목을 트로피(trophy)로 바쳐야 하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발길이 거의 닫지 않는 높은 고도에서는 그런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록키산맥의 해발 2000미터 이상 고지에는 수목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그런 경계를 교목한계선(timber line)이라고 부르는데, 록키산양은 그런 경계선 근처나 더 위쪽에서도 잘 산다.

 

그런 고지에 올라가보면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띵해지고 숨이 가빠진다. 만약 그런 고지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할 수만 있다면 해당 동물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고지의 척박한 자연환경에 잘 적응한 록키산양의 모색은 순백이다. 눈, 코, 뿔, 발굽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체 부위는 눈부시게 하얗다. 록키산맥의 고지는 한 여름에도 눈이 잘 녹지 않는데, 록키산양의 하얀 털은 그런 지역 환경을 활용한 완벽한 위장이라고 할 수 있다.

 

티톤국립공원의 설경. 이 사진은 해발 2000m 지점인데, 겨울에 촬영한 것이 아닌 6월에 촬영한 것이다. 록키산양의 모색이 왜 흰색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진이기도하다.

 

록키산양은 사람의 눈에는 도저히 서있을 수도 없는 가파른 절벽에서 살면서 자유자재로 이동하여 잘 미끄러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는 동물로도 유명하다.

 

가파른 곳에서 미끄러진다는 것은 죽음으로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록키산양에 대한 설명에는 ‘넘어지지 않는 등반가’(sure footed climber)라는 설명을 자주 볼 수 있다.

 

'넘어지지 않는'이라는 뜻을 가진 '슈어 푸티드'(sure footed)는 다른 뜻으로 틀림없는, 정확한, 믿을 수 있는 이라는 것도 있다. 'reliable', 'promising', 'trustworthy'가 그와 비슷한 의미다.

 

록키산양을 '넘어지지 않는 등반가' 대신 '틀림없는 등반가', '정확한 등반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의미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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