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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오소리냐? 개냐?' 돈벌이 위해 싸움 붙인 도박꾼들

[노트펫] 오소리(Badger)는 땅에 굴을 파고 사는 잡식동물이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오소리는 식물의 뿌리와 작은 동물, 곤충까지도 먹을 수 있다.

 

오소리는 체중 10kg 내외의 작은 동물로 굴을 파고 남의 눈을 피해 숨어사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닥스훈트(Dachshund) 같이 굴에 사는 동물들을 잡는데 특화된 사냥개가 없으면 오소리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굴을 파서 숨어 지내는 것을 즐기는 오소리지만 누군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영역을 침범하면 놀라울 정도로 대담해진다. 마치 극단적으로 보일만큼 강력하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오소리 전문 사냥개 닥스훈트. 닥스(dachs)는 독일어로 오소리를, 훈트(hund)는 독일어로 사냥개(영, hound)를 뜻한다.

2012년 촬영

 

오소리는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동물이다. 따라서 오소리의 앞발과 발톱은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이런 땅파기 도구들은 오소리가 위험에 부딪히면 당장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신하게 된다. 그래서 야생에서 오소리를 만나면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아메리카오소리. 텍사스 달하트 XIT 박물관에서 2018년 5월 촬영

 

오소리에는 매우 유명한 사촌이 있다. 벌꿀오소리(Honey Badger)로도 알려진 라텔(ratel)이다. 그런데 라텔의 평소 행동을 보면 야생의 오소리들이 얼마나 용맹하고 무모한지 알 수 있다.

 

라텔은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오소리로 독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맹독을 가진 독사, 전갈도 사냥하여 먹는다. 또한 꿀통을 찾아서 벌집을 건드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겁이 없는 성격인지라 사자나 표범 같은 대형 고양잇과동물들에게도 강력히 저항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일명 벌꿀오소리로도 불리는 라텔. 벌침의 독성에 대한 면역력이 있는 라텔은 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 속의 라텔은 흰개미 굴에서 흰개미를 찾고 있다. 브리검영대학교 부설 빈 라이프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2018년 6월 촬영


그런데 오소리의 이런 맹렬한 생존 본능을 악용하여 잔혹한 게임을 만든 사람들도 있었다.

 

200여 년 전 피와 돈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유럽의 도박꾼들은 도심이 아닌 교외지역에서 오소리와 사냥개를 일부러 싸움 붙이는 도박 게임을 개발했다.

 

우리말로는 ‘오소리 괴롭히기’(badger baiting)라고 번역되는 이 잔인한 게임은 18세기~19세기 중엽 한때 유럽에서 성행하기도 했다. 

 

게임에 동원된 오소리들은 굴속에서 잘 살다가 사람들에게 사로잡힌 것들이었다. 도박꾼들은 오소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좁은 박스에 가두고 큰 개와 싸움을 붙였다.

 

불리한 싸움에서 오소리들이 이기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오소리들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오소리와의 혈투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박꾼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오소리는 야생에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오소리 괴롭히기’라는 도박은 여러 이유로 19세기 중반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이런 역사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존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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