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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 그리고 원숭이와 라쿤의 관계

[노트펫] 5년 전 가을, 그 주말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에 가서 3대(代)가 어울려서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해서 동네 산책을 하였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을 보았다.

 

다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빛의 속도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고양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고양이가 그렇게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개의 추격을 뿌리 친 고양이, 2013년 가을에 촬영

 

개 한 마리가 자신을 맹렬하게 추격하여 왔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생사의 기로가 걸린 갈림길에서 나무 위로 오르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무 위에 오르면 아무리 빠른 개라도 자신을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쫓던 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개의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리한 고양이는 개의 허를 찌르고 말았다. 개가 올라가기 어려운 곳으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개는 고양이가 오른 나무 밑에서 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몇 번 짖어댔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개가 짖어도 고양이는 미동도 않았다.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졌다. 잠시 후 자신의 주인과 함께 개는 멀리 사라졌다.

 

개와 고양이는 5년 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개는 입체공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사고를 쳐도 평면공간에서 칠뿐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안 그렇다. 위험을 피하는 목적으로 높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냥을 위한 매복 장소로도 활용한다.

 

고양이의 능력은 경탄을 자아낼 만하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담벼락이나 나무를 거리낌 없이 오르내릴 수 있다. 특히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릴 때 보면 몸을 몇 바퀴 회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고양이의 목숨이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양이라도 높은 곳을 이용하는 재주는 원숭이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원숭이는 그것에 특화된 동물이다. 원숭이는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나무를 붙잡을 수도 있고, 이동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원숭이는 지상이 아닌 나무 위에서 거의 무한한 자유를 가졌다. 사실 나무 위에서 원숭이를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은 이 세상에 거의 없다.

 

하지만 원숭이 외에도 이와 비슷한 능력자가 있다. 북미가 고향인 라쿤은 원숭이 못지않게 많은 재주를 가진 동물이다. 라쿤은 환경 적응 능력이 뛰어나서 원래 고향인 숲은 물론 사람들이 사는 시내에서도 잘 산다.

 

라쿤은 먹을 게 생기면 깨끗이 씻어 먹는다. 2018년 7월 미네소타동물원

 

그 결과, 라쿤은 숲에서는 나무를 잘 타고, 주택가에서는 집 지붕에도 잘 올라가서 요리조리 몸을 숨기기도 한다. 사냥 솜씨가 좋은 라쿤은 먹을 것이 생기면 양손으로 먹이를 붙잡고 깨끗이 물에 씻어 먹기도 한다. 사냥 솜씨도 좋은 라쿤을 보면 마치 고양이와 원숭이의 장점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라쿤을 키우고 있는 분들이 국내에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라쿤을 더 이상 키우기가 어려워서 방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라쿤은 자연계에 위협적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라쿤은 지상은 물론 나무 위의 동물들과 새둥지까지 공격할 능력이 있다. 제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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