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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동물의 소중한 똥

[노트펫] 캐나다와 국경선을 닿고 있는 미네소타(Minnesota)는 우리나라의 강원도 산악 지대와 비슷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름이면 서늘하고, 겨울이면 혹독한 추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네소타는 냉대기후에 적합한 회색늑대(Grey wolf), 그리즐리(Grizzly), 무스(Moose) 같은 대형 동물들에게 천국과 같은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미네소타에는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 세인트폴(Saint Paul)로 구성된 트윈시티(Twin cities)라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가 있다. 트윈시티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고 깨끗하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미국 최대 쇼핑몰, 최대 실내놀이공원은 물론 지역 최대 동물원인 미네소타 동물원(Minnesota Zoo)도 있다.

 

미네소타 동물원에는 서늘한 기후에 맞는 러시아 동물들이 많다. 북미 그리즐리의 친척인 캄차카의 회색곰, 시베리아 호랑이(Siberian tiger), 아무르 표범(Amur leopard)도 있다.

 

그런데 이곳 동물원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시물이 있다. 동물원측에서 호랑이똥(tiger scat)을 마치 화석처럼 처리하여 전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는 예로부터 산신(山神)으로 추앙받던 동물이었다. 그래서 호랑이의 배설물은 다른 동물의 기를 누른다고 여겨졌다.

 

몇 년 전 일부 농부들은 호랑이똥을 구해 논밭에 뿌리면 성가신 멧돼지나 고라니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내 모처에서는 호랑이똥을 구하기 위한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작업이 유해조수 퇴치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호랑이똥은 산업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있을 것 같다.

 

호랑이똥. 2018년 7월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촬영

 

이런 실용적 목적 외에도 호랑이똥은 학술적으로도 유의미한 존재다. 연구가들에게 호랑이의 똥은 해당 개체의 건강상태는 물론 인근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의 종류나 숫자, 심지어 호랑이의 번식 시기까지 가늠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호랑이똥을 포함하여 동물들의 똥은 각자 상당한 가치가 있다. 육상 최대의 코끼리는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200~300kg나 먹는다. 물론 그만큼 배설도 많이 한다. 그런데 일부 아시아국가에서는 코끼리 똥에서 섬유질 성분을 걸러 종이를 만들고, 이를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이렇게 되면 코끼리 똥도 처리하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의 똥도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래의 똥은 아프리카 하천에서 작은 동물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하마의 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바닥에 있는 플랑크톤들은 고래의 똥을 즐겨 먹는다.

 

영양가가 풍부한 고래의 똥을 먹은 플랑크톤은 다시 작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더 큰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어 해양생태계가 순환되는데 일조를 한다.

 

야생동물 뿐만이 아니라 가축의 똥도 가치가 있다. 소의 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양질의 비료 원료로 사용해왔다.

 

소똥의 위대한 역할은 비료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똥은 땔감이 부족한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연료로도 사용된다. 젖은 소똥은 바로 연료로 사용되지 못한다. 수분을 건조시킨 후 사용하면 화력 좋은 천연 땔감으로 변신한다.

 

북미의 들소인 버팔로의 똥. 소과동물의 똥은 잘 말리면 좋은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2018년 6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촬영

 

나무가 많지 않아서 땔감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소똥보다 좋은 땔감은 없을 것이다. 소똥은 공짜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생산되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들판에 널린 소똥을 주워서 사용할 수 있다. 발품만 팔면 필요한 양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동물의 똥은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마냥 더럽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이왕이면 무의미하게 동물의 똥을 버리는 것보다는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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