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종합

말레이시아표범은 왜 블랙 팬서일까?

영화 블랙팬서

 

[노트펫]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된 '와칸다 포에버'(Wakanda Forever)는 '와칸다여 영원하라'라는 뜻을 가진 인삿말이다.

 

와칸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는 아니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중앙아프리카에 있는 가상의 왕국이다.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의 배경이 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유명한 연예인들과 NBA 스타들도 와칸다 포에버 인사에 동참할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는 상당했다.

 

와칸다 포에버의 인기는 미국을 건너 유럽까지 번졌다. 영국의 최고 명문 축구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포그바와 린가드도 골을 넣은 후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와칸다 포에버 인사의 선풍적인 인기에는 흑인들의 연대의식이 작용하였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영화 개봉 후 가슴에 엑스자를 한 채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며 인사하는 동네 백인 꼬마들은 물론 백인 남성들도 있었다. 와칸다 포에버는 이렇게 인종을 넘어선 인사법이 됐다.

 

블랙 팬서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 중에서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이언맨, 토르, 헐크 같은 마블의 영화 주인공들 모두가 백인 남성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블랙 팬서라는 영화의 시도는 꽤 신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팬서(panther)는 표범이나 푸마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블랙 팬서는 검은 표범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팬서는 사람에게도 비유적으로 쓸 수 있다. 사람에게 팬서를 쓰면 매우 난폭하고 마음이 음흉한 남자를 뜻한다.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은 표현이다.

 

빅 캣(big cat)이라고 해서 모두 블랙 팬서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자, 호랑이, 표범, 재규어, 구름표범 등 총 5종(species)의 빅 캣으로 이루어진 표범속(Panthera) 중에서 표범과 재규어 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 블랙 팬서는 자연계에서 매우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블랙 팬서에 대한 의미 있는 변화가 지난 백여 년 사이에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했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인도차이나반도와 남중국 일대는 표범의 아종(subspecies)인 인도차이나 표범(Indochinese leopard)의 서식지다. 비록 서식지의 90% 정도가 파괴되었지만, 남은 서식지에서 최대 2,500여 마리의 표범들이 살고 있다.

 

말레이시아표범(블랙 팬서) 박제, 블랙 팬서를 박제하면 사진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밤색으로 색깔이 변하기도 한다. 2108년 8월 댈라스에 위치한 페로 자연사 박물관(Perot Museum)에서 촬영

 

백여 년 전만 하여도 말레이시아의 야생에서 사는 표범들의 절반만 블랙 팬서였다. 나머지 절반은 점박이(spotted) 무늬를 한 표범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말레이시아의 밀림에서는 점박이 표범은 사라졌고, 블랙 팬서만 남았다고 한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는 말레이시아 밀림(forest)에 대한 표범들의 적응 능력과 관련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밀림이 울창해지면 대낮이라도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서 지표까지 햇볕이 많이 도착하지 않게 된다.

 

이런 어두운 상황이 계속 되면 블랙 팬서는 먹잇감에 노출되지 않고 기습적으로 사냥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점박이 표범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사냥꾼들의 밀렵 위험에서도 몸을 피할 가능성이 블랙 팬서가 점박이 표범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점박이 표범, 2012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말레이시아 자연 환경의 변화가 이렇게 블랙 팬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블랙 팬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아남았다.

 

< 참고 >

 

말레이시아표범에 관한 이 글은 미국 텍사스 댈라스에 위치한 페로 자연사 박물관(Perot Museum)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린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