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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공항에서 만난 아시아 사자

[노트펫] 얼마 전 오랜만에 국제선을 타기 위해 텍사스에 있는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Dallas Fort Worth International Airport, DFW)에 갔다. 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마치고 약 한 시간 정도의 애매한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 이런 보너스 같은 시간이 생기면 평소 구경하기도 힘든 명품을 보기 위해 면세점 순례를 하였다.

 

물론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하나에 수백, 수천 달러씩 하는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남의 집 얘기다. 하지만 돈을 들이지 않고 눈만 호강하는 윈도우 쇼핑(window shopping)까지 마다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한국인들이 즐겨 쓰는 ‘아이 쇼핑’은 콩글리시이므로 미국에서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 코스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명품 매장으로 가다가 필자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는 광고를 보고 기존의 일정을 변경해 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생각하는데 한 시간을 모두 사용하였다.

 

국제공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고는 비행기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에게 멋진 여행지를 추천하고, 다음 관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다. 이런 광고에는 시드니나 홍콩 같은 휘황찬란한 도시의 풍경이 나오거나 옐로스톤이나 그랜드 캐년 같은 도저히 거부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필자가 한눈에 반한 광고는 그런 흔한 것이 아니었다. 초원에 당당히 서있는 사자 두 마리가 전부였다. 사자 사진 위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인디아’(Incredible India)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사자의 당당함을 존경하여라, 기르 국립공원’(Respect Her Majesty, Gir National Park)이 적혀져 있었다.

 

댈러스 포트워스 국립공원의 광고판에 등장한 아시아 사자들, 2018년 8월 촬영


현대인이 아는 사자들은 아프리카의 드넓은 사바나 초원에서 산다. 동물원 사자들도 그 뿌리를 찾아보면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온 것들이다. 하지만 댈러스의 광고에 등장한 사자들은 그런 아프리카 사자가 아니었다. 인도 사자로도 불리는 아시아 사자(Asiatic Lion)들이었다.

 

인도에 수백 마리의 사자들이 멸종하지 않고 여전히 생존하고 있고, 서울의 3배 크기인 기르 국립공원에 서식한다는 정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 정부 차원에서 그 사자들을 관광 상품화 시켜서 외국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다.

 

공항에서 전시된 그 강렬한 사진 한 장을 보면서 마음은 이미 사자를 만나러 기르 국립공원이 있는 구자라트로 떠나는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이 생긴 사람이 비단 필자뿐이지는 않을 것이다. 광고판을 본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충동이 생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관광산업을 통해 해당 지역에는 고용 확대가 이루어질 것이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쓰고 간 돈 일부는 조세의 형태로 중앙과 지방 정부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기르국립공원 홈페이지 메인은 아시아 사자로 꾸며져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가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도 있다. 일자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한국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단 한명이라도 더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기르 국립공원의 사자 관광이 향후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르의 수백 마리 사자들이 이미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해 향후 그 인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자연환경과 멸종위기동물들을 잘 보존하는 일은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닌 남는 장사라는 점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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