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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이 사라진 바다에서 벌어진 일

[노트펫]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생태학적으로 크고 작은 의미가 있다. 중요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쓸모없는 동물은 없는 법이다.

 

사람의 눈에는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동물일지라도, 그 동물은 자연계에서 의미 있는 존재다. 따라서 사람이 어느 동물을 지나치게 남획하여 멸종 위기에 처하게 하면 사라진 그 동물 때문에 생태계는 후일 큰 홍역을 겪게 된다.

 

해달(Sea otter)은 이러한 사례를 들 때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그만큼 해달이 차지하는 생태적 비중은 높다. 해달은 그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민물에 사는 수달(Otter)의 먼 친척이다.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처음 본 해달은 독특한 동물이었다. 상당히 큰 체구를 가진 해달은 거꾸로 물 위에 떠서 자기 배에 먹을 것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앞발을 마치 사람의 손처럼 사용했다. 자연 상태의 해달은 조개를 배 위에 올려놓고 돌로 깨서 먹는다고 한다.

 

미네소타 동물원에 사는 해달, 2018년 7월 촬영

  

해달을 관찰하다가 차가운 바닷물에서 평생 살려면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모피가 훌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모피를 가진 해달은 수달과 함께 오래 전부터 사냥꾼들의 타깃이었다. 최고급 모피로 대우받던 수달의 모피보다 해달의 모피는 한수 위 대접을 받았었다.

 

해달은 미국, 캐나다의 태평양 연안에서 많이 서식했었다. 하지만 해달의 운명은 유럽인들의 이주로 크게 변화하게 된다. 북미로 건너온 유럽 출신 사냥꾼들에게 해달은 움직이는 노다지였다. 

 

해달의 털가죽은 많은 돈을 보장하였기 때문이다. 해달 사냥은 18세기부터 시작되어,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30만 마리가 넘던 해달은 2~3천 마리로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해달의 비극은 해달이라는 동물에게만 비극이 아니었다. 해달이 그 지역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달은 조개와 성게(Sea urchin)를 주식(主食)으로 한다.

 

어른 한 마리의 하루 성게 섭취량은 50여 마리에 이른다. 따라서 해달이 많은 바다에서는 성게가 번창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달이 사라지면 그 해역의 성게 수는 급증하게 된다.

 

성게는 식도락가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한국에서는 고급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특히 그 알은 식도락가들에게 고급 음식으로 손꼽힌다. 성게의 외모는 둥근 밤송이 같다. 지느러미나 다리가 없는 성게는 바닥에 뿌리를 내리는 해조류가 주식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해달이 사라진 태평양 연안에서 성게가 번성하게 된다. 그러자 해조류들은 느닷없는 천적의 과잉번식으로 초토화 된다. 사라진 해조류 숲(Kelp forest, 켈프 숲)은 치어들에게는 보호막이 사라진 것을 의미했고, 성어들에게는 산란장이 사라진 것을 뜻했다.

 

미네소타동물원에서는 해달이 사라진 후 성게가 차지한 바다(왼쪽)와 해달이 있어서 균형이 잘 잡힌 바다(오른쪽)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2018년 7월 촬영

 

하지만 비극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켈프 숲은 환경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육지 숲과 마찬가지로 켈프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하는 역할을 했다.

 

뒤늦게 이러한 문제점을 알게 된 미국과 캐나다 당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해달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게 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해당 해역에서 해달 개체 수는 증가 추세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참고 >

 

해달이 사라진 바다의 생태학적인 문제점을 다룬 이 글은 미네소타 동물원의 자료를 일부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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