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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 S/W가 동물실험을 대체한다

[양병찬 과학번역가] 산더미 같은 데이터에 기반한 머신러닝이 물질에 대한 독성평가의 성능을 향상시킨다.

 

"방대한 화학안전 데이터를 갖고 훈련 받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가 몇 가지 독성을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값비싼 동물연구에 필적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동물연구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컴퓨터 모델은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표준 안전성연구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기존의 연구들 중에는 토끼의 눈에 화합물을 떨어뜨려 자극성을 체크한다든지, 랫트에게 화합물을 강제로 먹여 치사량을 산출하는 연구 등이 있다."라고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토마스 하르퉁(독성학)은 말했다.

 

 

하르퉁이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11일 독성학 전문지 'Toxicological Sciences'에 기고한 논문에서(참고 1), "컴퓨터 알고리즘이 흡입손상(inhalation damage)에서부터 수중생태계 손상(harm to aquatic ecosystem)에 이르기까지 총 아홉 가지 실험에서 수만 가지 화합물들의 독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선행연구들을 훨씬 능가하는 광범위한 성과다.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눈길을 끈다. 나는 이번에 사용된 방법이 미래 독성학의 기둥이 될 거라고 100% 확신한다."라고 독일 화학회사 BASF의 베나르트 반 라벤츠바이(독성학)는 말했다.

 

"단, 정부당국이 동물연구 대신 컴퓨터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복잡한 독성, 예컨대 '화학물질이 암(癌)을 초래하거나 생식능력을 억제하는지'를 평가하는 경우, 컴퓨터 알고리즘이 동물실험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독성을 스스로 판정하는 컴퓨터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독성을 예측해 왔다. 그런 모델들은 전형적으로 '분자의 화학구조', '분자가 체내에서 반응하는 메커니즘', '동물실험 데이터', 'in vitro 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미(未)검사 물질'의 경우, 업체들은 그것과 구조적·생물학적으로 비슷한 화합물들과 비교함으로써 독성효과를 유추한다. 그러나 하르퉁을 비롯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규제당국은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놓고 컴퓨터 모델 대신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르퉁이 이끄는 연구진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 80만 건의 동물실험 결과에서 유래하는 약 1만 개 화합물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 거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그 데이터는 본래 헬싱키에 있는 유럽화학물질청(ECHA: European Chemicals Agency)이 2007년에 발표된 REACH 법(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에 의거하여 수집한 것이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연구에서, 하르퉁의 소프트웨어는 교차참고(read-across)를 이용하여 새로운 화합물과 가장 가까운 기지(旣知)의 화합물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알려진 화합물의 속성을 참고하여, 새로운 화합물의 독성 가능성을 평가했다.

 

"평가 작업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소프트웨어는 독성학자가 새로운 화합물을 평가하는 방법을 모방하되, 전(全)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했다."라고 하르퉁은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데이터분석을 통해 동물실험의 일관성(consistency)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발견했다. 그 내용인즉, 동일한 화합물에 대한 실험을 반복할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들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가지 독성의 경우, 소프트웨어는 어떤 개별적 동물검사보다도 믿을만한 예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규제당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독성학 및 행동평가 데이터를 요구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언더라이터스 러보러터리스(Underwriters Laboratories)의 크레이그 롤랜즈는 말했다. 언더라이터스 러보러터리스는 일리노이 주 노스브룩 소재 안전성평가 전문업체로, 이번 연구에 사용된 소프트웨어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당국의 승인

 

다른 연구자와 업체들도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그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규제당국에서는 연구자와 업체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4월, 16개 정부기관을 대신하여 동물 안전성실험 대체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대체방법의 타당성 평가를 위한 부처 간 조정위원회(ICCVAM: Interagency Coordinating Committee on the Validation of Alternative Methods)」에서는 수십 개의 학계 및 업계 연구진을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 국립보건원(NIH)에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모든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4만 가지 화학물질의 치사량을 예측했다. (이 물질들의 안전성 검사는 종전에는 랫트를 이용하여 수행되었다.)

 

"우리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들(하르퉁의 것을 포함해서)을 결합하면, 동물실험과 대등한 성과를 보이는 컴퓨터 모델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라고 미 국립독성학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에서 대안적인 독성학검사 방법(alternative toxicity-testing method)의 훈련과 개발을 총괄하는 니콜 클라인스트로이어는 말했다.

 

미 환경보호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는 올해 말 합의된 모델을 발표하고 무료 다운로드를 허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규제기관들은 특히 비동물검사 방법(non-animal testing method)을 장려하고 싶어한다. 2016년 역사적인 법령이 발표됨에 따라, EPA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권한'을 EPA가 보유하게 되었다(참고 3). EPA는 지난달 '비동물 검사방법을 장려한다'는 전략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방법에는 소프트웨어도 포함된다.

 

EU의 상황도 미국과 비슷하다. "ECHA에서는 업체들에게 가능한 한 동물실험을 지양하고, 실험용 세포의 분석에 기반 한 교차참고 및 분석방법을 권고하고 있다"라고 ECHA에서 컴퓨터평가를 총지휘하는 마이크 라젠버그는 말했다.

 

"이번 논문은 첫발을 잘 내디뎠다. 그러나 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할 일이 매우 많다. 동물실험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모든 독성실험을 컴퓨터 하나만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라고 라젠버그는 말했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Luechtefeld, T., Marsh, D., Rowlands, C. & Hartung, T. Toxicol. Sci. (2018); https://doi.org/10.1093/toxsci/kfy152
2. https://www.nature.com/news/legal-tussle-delays-launch-of-huge-toxicity-database-1.19365
3. https://www.nature.com/news/why-the-historic-deal-to-expand-us-chemical-regulation-matters-1.19973

 

※ 출처: Nature 559, 163 (2018)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6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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