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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빈집 증후군

[노트펫] 인생을 살며 견디기 힘든 여러 고통들이 있다. 공부하기 싫은 학생에게는 억지로 공부하는 것이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사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게 많은 사람에게는 돈이 없는 것도 큰 고통일 것이다. 술이나 담배를 좋아하는데 여러 이유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금주와 금연이 대단한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들과는 비교하기 힘든 누구나 인정하는 치명적인 고통이 있다.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만든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고통이다.

 

얼마 전 미국 지인과 외로움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미국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진학과 취업을 위해 대부분 집을 떠나게 되는데, 그 시기가 되면 부모들은 자식이 살던 빈 방을 바라보며 ‘빈집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인은 자신의 조카들이 진학과 취업을 위해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집에서 혼자 지내는 누이의 처지를 걱정했다.

 

이야기 말미에 그는 미국인들은 개나 고양이를 워낙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동물들이 죽어도(pet loss) 주인들은 그 동물을 잊지 못하고 빈집 증후군을 느낀다고 했다.

 

새끼들이 떠난 빈 둥지. 2018년 4월 미국 미주리에서 촬영

 

미국 지인의 빈집 증후군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었다.

 

첫째, 한국과 미국의 젊은이들은 경제적 독립의 시기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도,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독립을 하지 않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 30세는 되어야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한다.

 

하지만 미국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대부분 독립하여 혼자 산다.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부모와 같이 살면 결코 다른 사람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양국 젊은이들의 독립 시기 차이에는 군대, 주택, 취업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만약 한국도 미국처럼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빨리 독립할 수 있는 토대가 사회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부모세대들의 노후 생활은 경제적으로 보다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국인들의 동물 사랑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나 고양이가 아프면 직장에 휴가를 내고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미국인들의 당연한 행동이다.

 

 

 

최근 반려동물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동물 사랑의 한미 양국 간의 차이는 이제 거의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모는 자신의 둥지에서 쉴 새 없이 새끼들에게 벌레를 날라주던 새들처럼 평생 자식들을 사랑으로 키운다.

 

하지만 자식은 그 은혜에 감사하지 않고 늘 자신의 이익과 평안함만 추구하고 살고 있다. 늘 죄송하고 후회스럽다.

 

필자의 집 외등 위에 있는 블루 제이 둥지. 2018년 4월 촬영


얼마 전에 블루 제이(blue jay)들이 둥지를 틀었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그 새들이 내는 행복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필자가 느끼는 그 작은 행복은 유한할 것이다. 새끼들이 다 자라면 둥지는 빈집이 될 것이며, 빈집 증후군을 느낄 것 같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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