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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용 가구를 따로 사고 싶지 않은 이유

[노트펫] 우리집 거실에는 2인용 소파 한 개와 책장, 책상이 놓여 있다. 그리고 고양이가 쓰는 가구로는 캣폴 한 개, 스크래처가 세 개, 하우스 한 개가 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어차피 소파를 대형 스크래처로 쓰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용 스크래처가 별도로 세 개나 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골고루 잘 쓰는 탓에 하나도 버릴 수가 없다.

 

사실 거실 하나에 방 한 개가 전부인 작은 집이라 고양이 용품 몇 개만 들여놓아도 집이 꽉 차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집사로서 불만은 없다. 고양이님들이 안락하시다면야.

 

그렇게 복작복작 지내고 있던 나의 첫 신혼집 계약이 끝나서, 이제 새 집으로 이사 가는 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패브릭 실이 뜯어져 너덜거리는 소파는 이참에 버리기로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집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고정해서 세워두는 캣폴이 중간에 한번 쓰러져서(다행히 다친 고양이는 없었다) 좀 불안한 탓에, 새 집에 가면 캣타워를 사려고 했다.

 

캣폴은 비교적 공간을 덜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모양이 캣타워처럼 다채롭지는 않다는 점이 늘 아쉬웠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 이사 가는 집의 평수도 지금과 거의 똑같다 보니, 내가 찜해둔 40만 원짜리 캣타워를 큰맘 먹고 산다 해도 어디에 둬야 할지 애매했다. 넓은 거실이라면 빛 들어오는 베란다 쪽에 놓으면 되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아마 베란다로 나가는 길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러다가 점차 눈을 돌린 곳이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가구’였다. 해외에는 아예 고양이가 다닐 수 있는 높은 길을 따로 만들어 설계한 집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따로 주택을 짓지 않고서야 아파트나 빌라는 모양이 정해져 있다 보니 크게 변형할 수가 없지만, 대신 요즘 고양이와 함께 쓸 수 있는 가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책장을 계단형으로 만들어 책장의 기능과 캣타워의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한다든가, 테이블이나 책상에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는 서랍 같은 공간을 따로 만들어 그곳을 하우스처럼 쓰게 한다든가. 아니면 협탁에 고양이 식기를 일체시켜 사용하는 가구도 보였다.

 

 

 

우리처럼 집이 넓지 않은 집사들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선택지가 될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만든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닌,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사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 화장실도 깔끔한 원목 가구로 골라 방안에 어우러지게 배치하고 싶었다.

 

물론, 문제는……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구상해 보니, 고양이 가구와 사람 가구를 따로 사는 것보다 더 비싼 비용이 든다는 것. 함께한다는 상상은 아름답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언젠가는 사람과 동물의 편의를 모두 고려한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번 주에는 로또를 사야 할 것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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