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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와 그의 사촌 비팔로

[노트펫] 2018년 여름, 미국은 그야말로 용광로다.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올해의 더위는 30년만의 더위라고 한다. 그런 무더위의 중심은 동부와 중부 지역이다. 조금 전에 운전을 마치고 귀가하였는데, 운전석에 표시된 바깥 온도는 화씨 103도였다. 섭씨로 환산하면 무려 39.4도다.

 

다행히 미국의 중부지역 여름 더위는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 않다. 그래서 그늘에만 가면 금방 시원하다. 하지만 햇볕에 맨살을 노출하게 되면 피부가 익을 정도로 따갑다.

 

여름이 되면 미국인들은 미네소타(Minnesota)나 네브라스카(Nebraska) 같은 북쪽으로 간다. 그런 주들에는 숲과 호수가 많아서 아래 지역보다는 훨씬 시원하다. 그래서 필자의 가족도 더위를 피해 얼마 전 미네소타의 트윈 시티(Twin city)를 다녀왔다.

 

하지만 미네소타도 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다. 낮에는 무척 더웠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아침 시간을 이용해 많이 걸어야 하는 동물원을 다녀왔다.

 

트윈 시티에서 가장 큰 동물원인 미네소타 동물원(Minnesota Zoo)은 토착 동물들의 보존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드는 무스(Moose, 말코손바닥사슴)와 북미 고유의 들소인 버팔로(Buffalo)는 동물원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동물들이다.

 

버팔로는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이주하기 전까지는 대초원(Great Plains)을 중심으로 약 3천만 마리 이상이 서식했다고 추정된다. 북미 원주민(Native American)들은 버팔로를 고기와 가죽을 공급하는 중요한 동물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이용했지만, 개체 수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남획하지는 않았다. 딱 필요한 수준으로만 사냥했다. 지속가능한 사냥이었다.

 

하지만 이주민들은 원주민들과는 달랐다. 버팔로를 남획한 것에 이어서, 삶의 터전인 대초원을 농장, 마을, 도로 등으로 바꾸면서 생존 자체를 위협했다.

 

그 결과, 버팔로의 개체 수는 수천 마리 이하 수준으로 급감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당국은 뒤늦게 버팔로 보호에 노력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과거 수준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네소타동물원의 버팔로들, 2018년 7월 촬영

 

 

미네소타동물원은 동물원에서 태어난 버팔로들을 키워 미네소타주에서 관리하는 블루 마운즈 주립공원(Blue Mounds State Park)으로 돌려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원이 관람객들에게 동물을 보여주는 것에서 역할을 그치지 않고, 다시 야생으로 동물을 돌려보내는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동물원의 자료 중에는 특이한 내용이 있었다.

 

최근 연구결과, 야생 버팔로의 유전자에서 가축 소(cow)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동물원의 버팔로 프로그램은 가축 소의 유전자가 없는 버팔로의 생산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옐로스톤 베어월드의 버팔로들, 2018년 6월 촬영

 

 

야생동물인 버팔로에 가축 소의 유전자가 들어간 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경제적인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벌인 일 때문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일부 목축업자들은 야생 버팔로와 가축 소를 교배시켜 잡종동물인 비팔로(Beefalo)를 만들었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비팔로는 목축업자들의 기대만큼 빨리 살이 찌지도 않았고, 가축 소처럼 얌전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비팔로는 축산업자들에게 인기 없는 동물이 되고 만다.

 

그런 과정 중에 일부 비팔로들은 사람이 친 펜스를 건너서 자신의 반쪽 조상 버팔로들이 살던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야생동물의 길을 걸어갔다.

 

그 다음 과정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야생으로 간 비팔로들은 버팔로들과 교배하여 새로운 후손을 낳았을 것이고, 버팔로 무리에 가축 소의 유전자들이 퍼지게 되었을 것이다.

 

최근 이런 비팔로들이 건조 지역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비팔로 무리들은 다른 야생동물들과는 달리 한꺼번에 많은 물을 사용하고, 경작지까지 망가뜨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비팔로들의 잘못이라고 몰아 붙이기는 어렵다. 그런 동물을 임의로 만들고 보급했던 사람들의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참고 >

 

이 글은 미네소타 동물원, 텍사스 XIT 뮤지엄(XIT Museum)의 자료 일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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