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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인이 착하다매..' 은근슬쩍 펜션 사장님을 녹여버린 유기견 2마리

ⓒ노트펫
펜션 지킴이가 된 꼬미와 복길이. 

 

[노트펫] "얼마간 간을 보더니 무단 침입해서는 자리를 잡았네요. 손님이 오면 우리에게 알리려는지 일단 짖기부터 하네요."

 

펜션의 지킴이 자리를 꿰찬 유기견 두 마리가 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충청남도 태안 꽃지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한 펜션. 강아지 두 마리가 입구에서부터 번을 서고 있다.

 

손님이 오면 손님 왔다고 짖어대고, 사장님이 침구를 정돈하거나 펜션 주변을 정리할 때면 꼬리를 흔들며 곁을 맴돈다. 50대 후반의 사장님이 강아지들의 털을 골라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영락없이 펜션에서 키우는 개들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펜션에서 살게 된 지는 채 한달이 안됐단다.

 

"집이 있을까해서 쫓아내도 봤는데 집 주변만 돌더군요. '앉아'를 할 줄 아는 것을 보면 유기견들 같아요."

 

이미 두식이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기에 개 두 마리를 더 들이는 것은 망설일 수 밖에 없었던 펜션 사장님. 어느날 갑자기 펜션에 찾아와 자리를 잡으려 들려 했다면 이 녀석들은 이곳에 없을 가능성이 더 많았다.

 

이 녀석들은 꽤나 영리했다. 사장님이 거부하기 힘들게 시간을 두고 서서히 녹여 버린 것이었다.

 

얼마 전 두식이와 함께 바닷가 산책에 나간 사장님.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아지만 있길래 그냥 한번 불러 봤다. 이 녀석은 눈치를 슬슬 보더니 다가왔다.

 

바닷가 산책길에 만났던 꼬미.
바닷가 산책길에 만났던 꼬미.

 

손을 내밀자 손냄새를 맡더니 몸을 들이 밀고 사장님의 손은 자연스레 머리를 쓰다듬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두식이가 질투하면서 스킨십은 거기서 끝이었지만 이 녀석은 돌아가는 사장님과 두식이 뒤를 쫓아 펜션까지 따라왔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나와보니 이 녀석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 만났던 바닷가로 돌아간 거였다.

 

다음날 나간 바닷가 산책. 이번엔 부르지 않아도 달려와서 꼬리를 쳤다. '안면 텄다 이거지?'. 사장님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사장님의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은 강아지가 있었다. 이 녀석 역시 산책길에 만난 녀석이었는데 얼마 전에서야 강아지 둘이 함께 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두 마리가 교대로 펜션에 나타나 염탐을 한 셈이었다. 사장님과 안면을 튼 두 녀석, 사료와 손님들이 먹다 남긴 삼겹살, 고기류를 받아먹더니 펜션에 자리를 잡고 나갈 생각을 안했다. 그게 지난달 말이었다.

 

그때부터는 손님왔다고 짖기도 하고, 사장님을 졸졸 따라 다니며 꼬리도 친다. 터줏대감 두식이의 눈치는 여전히 살피지만 말이다.

 

ⓒ노트펫
두식이 앞에선 아직도 눈치를 본다. 

 

이름도 생겼다. 덩치가 작은 녀석은 '쪼끄맣다'해서 꼬미, 다른 녀석은 복스럽게 생겨서 복길이다. 둘 다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다가온다. 

 

'앉아'라는 말에 곧잘 앉기도 하는 녀석들. 분명 어느 때엔 주인이 있던 녀석들이다. 하지만 몸에 붙어 있던 수많은 진드기들은 거친 길거리 생활이 꽤나 됐음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음을 문을 다 열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꼬미.
마음을 문을 다 열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꼬미.

 

펜션 사장님은 "너무 못먹고 살았는지 사료를 줘도 조금씩 밖에 먹지 못한다"며 "꼬미가 혼자 있을때 부르면 눈치를 많이 보는 것도 짠하다"고 말했다.

 

펜션 사장님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면서도 새록새록 돋아나는 애정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예쁘게 털을 잘라주고 싶어도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좀 추워서 조금 더 있다가 따뜻해지면 그때 미용을 해줄게"라고 에둘렀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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