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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파리 가기]④ 비행기를 들었다 놨다..가슴 졸인 발권

 

[노트펫] 이제 준비완료. 비행기 티켓을 끊고 서류를 받은 후 비행기를 타면 된다. 그러나. 세상 일은 항상 의외의 곳에서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

착착 진행되어가던 준비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비행기 티켓을 발권하는 순간이었다. ㅠ

 

남편 회사의 출장업무를 대행하던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서울-파리행 편도 티켓의 가격이 아시아나는 137만원, 에어프랑스는 189만원이기 때문에 아시아나로 발권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였다.

 

에어프랑스는 편도티켓이 비싸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아니, 항상 언제나 에어프랑스로만 티켓 발권을 한다며?? 왜 난데없이 아시아나야??

여행사 직원의 설명인즉, 회사 규정이 바뀌어 고정 에어프랑스에서 베스트 프라이스(즉 그 시점에서 가격이 제일 싼) 항공사로 변경되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몇 달 전에!!!

여행사 직원은 두 사람의 티켓 가격으로 하면 거의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에어프랑스로 발권을 하려면 총부무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회사 총무부 직원이어도 고양이를 기내에 태우자고 비행기값을 100만원 더 쓰자고 하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될 것 같지가 않았다.

아, 미치겠다. 이 일을 어찌하나. 이제 와서 다시 수하물칸용 캔넬을 주문하면 그 비용은 어찌하며, 내 예민 고양이가 수하물칸에 가서 무사히 버틸지 자신도 없고, 참으로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일단 한번 비행기값을 확인해보고자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서 날짜와 항공사를 체크해 봤다. 과연, 아시아나의 티켓 가격과 에어프랑스의 티켓 가격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여행사 직원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날짜를 이리저리 바꿔서 검색을 하다보니, 유일하게 화요일 티켓만 에어프랑스 124만원 짜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키위닷컴에서.

이거다, 이거. 날짜가 뭐가 중요하겠냐. 고양이님이 중요하지.

 

나는 얼른 여행사에 전화해서 화요일에 124만원짜리 에어프랑스 티켓이 있다고 알렸으나 여행사 직원은 자기네가 검색해서는 나오지 않는다며 그 티켓은 키위닷컴에만 풀린 듯하니 나보고 직접 키위닷컴에서 결제한 후 회사에 청구할 것을 권했다.

 

그래, 복잡하지만 그러지 뭐.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직원이 직접 비행기표를 결제하는 일은 규정에 어긋난다며 무조건 그 여행사에서 티켓을 발권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닌가.

아... 짜증난다. 당연히 그들로서야 비용처리를 규정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니까 그러는 것이겠지만 나로서는 뻔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놓고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니 짜증이 솟았다.

 

어떻게 하지? 그 여행사 직원에게 키위닷컴에서 결제한 후 비용을 청구하라고 하면 안될까? 안되겠지?

 

그냥 회사에다가 189만원 짜리 티켓을 내놓으라고 땡깡을 피울까? 안되겠지? (사실 남편은 짜증난다며 총무부 직원에게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어차피 고양이 캐리어 새로 구입해야 하니 그 비용이 그 비용이라며ㅋ)

 

나는 하다하다 루프트한자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고양이 데리고 비행기 한번 타기도 힘든데, 경유까지 하는 건 넘나 힘들겠지??

아, 유럽 항공기는 죄다 8kg까지인데!! 왜 아시아나 대한항공만 5kg라는 듣도보도 못한 규정을 만든거야!!!

 

그렇게 회사와 줄다리기를 하며 하루이틀 시간만 가다가 (그러니까 나는 유일하게 나와있는 124만원짜리 티켓이 그새 없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결국 회사에서 개인이 결제한 후 청구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만들어 줬다. 

 

진작 그럴 일이지. 하긴, 이전에 누가 회사에 이런 이상한 요구를 한 사람이 있었겠는가.

 

회사입장에서야 없던 사례를 새로 만드는 중이니 나름 골치가 아플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것도 남편이 189만원짜리 티켓을 내놓으라고 성질을 낸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나는 OK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급하게 스카이스캐너로 검색을 했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기에 어제는 그 124만원짜리 티켓이 수요일로 갔다가 오늘은 다시 화요일로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막! 결제 하려다가, 잠시 생각을 해보니 여행사에서 고양이 탑승 승인 건을 진행해줘야 하는데 그걸 이 저가여행사가 해주는 걸까??

키위닷컴, 이거 뭐하는 여행사지? 급 검색에 들어갔다. 가격이 싸서 많이들 발권하는데 대신 취소가 넘넘 힘들다는 후기가 많았다. 난 취소를 할 건 아니고... 고양이 탑승에 대해 승인을 진행해줘야 하는데...

 

나는 직접 물어보자 싶어서 키위닷컴으로 전화를 했다. 한국어로 상담할 수 있대서 전화를 했는데, 이런 된장.

한국어는 없고 영어 상담원이 나왔다. ㅠㅠㅠㅠ 다급하니 어쩔 수 없어서 말도 안되는 영어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상담원 말은 고양이 탑승은 문제없지만 그 모든 진행은 무조건 예약을 하고 예약번호가 나온 뒤에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만일 내가 예약을 한 후 고양이 탑승 관련해서 승인이 안되면 어쩔건데?? 그럼 환불해주니? 당연히 상담원은 발권 취소는 안된다고 했다. ㅠㅠㅠ 그럼 어쩌라고 ㅠㅠㅠㅠ

 

회사에서 거래하는 한국 여행사면 어찌어찌 책임지라고 따지기라도 할텐데 이건 생판 모르는 남의나라 저가여행사니,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지? 어쩔까? 그냥 아시아나로 가야 하나??

 

고민고민하던 나는 유럽 항공사들이 반려동물 탑승에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것만 믿고 그냥 키위닷컴에서 티켓을 사기로 했다. '승인' 절차라고 복잡하게 말을 했지만 사실은 그냥 미리 고지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발권을 하자 곧바로 예약번호가 나오고 나는 키위닷컴 홈피에서 내 예약 관리 항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와우, 그런데 놀라운 건 추가요청 코너에 아예 <반려동물과 여행하기> 항목이 있는 것이었다.

 

수하물을 더 많이 가지고 탄다거나 운동기구를 가지고 비행기를 탄다거나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항목이 당당히 있었다.

ㅎㅎㅎ 반려동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고 자세한 설명을 기입하여 제출하면 48시간 내에 답변을 준다기에 안심하고 추가요청버튼을 클릭했다.

 

또 그런데, 48시간이 지나도 키위에서 답변이 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이건 또 뭐지.

어차피 키위에 한국어 상담전화는 없으니 이번엔 남편과 함께 채팅 상담을 신청했다. 그런데 채팅 상담원은 반려동물 동행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듯 반려동물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또 48시간 내에 답변을 준다고 했다.

 

아, 이것들이 메일이나 홈피에 요청만 하면 움직이지를 않는구나, 싶었다. 채팅으로 상담을 했으니 이번에는 움직이려나?

 

다행히도 키위에서 캐리어에 대한 내용 등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메일이 왔다. 그래, 이제 일하는구나. 자세한 정보를 기입해서 보냈다.

하지만 그러고는 또 함흥차사였다. 메일확인도 되어있지 않았다. 아이고 답답해. 나는 48시간이 지나서 또 채팅상담을 했다.

 

답변 준대놓고 어찌된 거냐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팅상담원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알아본 후 긴급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으니 바로 진행이 될 거라고 대답을 했다.

진짜 속터지는 일처리였다. 이젠 얘네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루이틀 지난 후 우리는 또 채팅상담을 했다. 진행은 어찌되고 있니? 진행과정을 알려달랬는데 어떻게 되었니? 역시 또 상담원은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확인하더니 (이게 세 번째다. 이것아!)

 

키위닷컴의 실시간 요금 지도

 

자기네가 에어프랑스에 승인 요청을 했고 비용이 추가로 얼마 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그래, 비용이 추가로 드는 건 알고 있어. 그러면 승인 절차가 끝난 거니?

우리가 고양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니가 확답해줄 수 있니? 하지만 상담원은 확답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에어프랑스에 승인요청을 하고 그 답을 들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었지만 고양이의 비행기탑승은 사실 관련 서류나 검역에 달린 것이기에 당연히 상담원은 고양이를 데리고 탈 수 있다고 확답을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 미묘한 차이는 도저히 채팅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기에 답답했지만 채팅 상담은 그냥 정리하고 다음날 에어프랑스로 전화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에어프랑스에서는 고양이 탑승에 관해 여행사에서 요청이 무사히 들어와있다고 답변을 해주었다. 그랬으면 그랬다고 고지를 해줄 것이지, 에효 그놈의 키위닷컴도 참. 전에 뉴질랜드 여행할 때도 느꼈지만 외국회사들 업무처리는 참 답답한 것이 많았다.

 

이놈의 고양이 탑승 관련 답변을 받는데 대체 며칠이 걸린거야. 에효.

 

그런데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고양이 승인 관련해서는 이토록 느려터진 여행사가 기내에 사람에게 필요한 약을 가지고 탑승하는 문제에 대해 요청을 하자 엄청 빠른 대응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복용해야 하는 액체 약품을 소지하는 것에 대해 영문처방전을 받은 후 항공사에 문의했더니 여행사를 통해 한번 더 요청을 할 것을 권유받았기에 이놈의 느려터진 키위닷컴에 또... 하고 한숨을 쉬며 요청했는데 바로 다음날, 한국인 직원이, 심지어 전화를, 한 것이었다.

 

완전 깜놀. 아니 한국어 상담도 가능했던 거였잖아??

 

한국인 직원은 약 성분과 내용 등에 대해 상세히 정보를 요청하고는 바로 항공사에 요청해서 답변을 받았다고 결과를 통보해 줬다. 

 

이게 웬일이야. 그토록 속터지게 하던 그 여행사가 여기 맞나??

 

그러니까, 고양이 따위와 아픈 사람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다.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경우 직원이 직접 휠체어를 태워서 이동시켜주는 모습을 보았듯이 외국의 문화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철저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나니, 속터지던 키위닷컴에 대한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어쨌거나 해야할 일은 다 처리해주긴 하네 싶어서. 결국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비행기 발권도 끝이 났다. 이제 정말, 서류를 받고 가기만 하면 되나보다.

정말 그럴까?

 

[고양이와 파리가기]는 권승희 님이 작년 가을 고양이 두 마리를 포함한 가족과 파리로 이주하면서 겪은 일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옮겨 게재한 것입니다. 권승희 님의 블로그 '행복한 기억'(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dongun212)을 방문하면 더 많은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권승희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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