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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바람이 숨겨준 위험을 감지하는 고양이의 청각

[노트펫]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을 흔히 개코라고 부른다. 사람 후각에 비해 개의 후각은 수십 배나 예민하기 때문이다. 개는 자신의 코를 통해 먹잇감을 탐지하고, 적의 등장을 알아차리며, 짝을 찾기도 한다. 후각상피세포의 집성체인 코는 개에게 그 어떤 신체기관보다 요긴한 생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개가 훌륭한 코를 가지고 있다면, 고양이는 그에 필적할 만한 다른 고성능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고양이는 귀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감지한다. 넓은 활동 반경과 정밀한 성능을 가진 고양이의 귀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작은 바스락거림도 놓치지 않는다.

 

야생 고양이의 주식(主食)은 쥐나 새 같은 덩치가 작은 동물들이다. 이런 동물들은 큰 동물들과는 작은 소리를 낼 뿐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귀는 마치 잠수함의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처럼 그런 미세한 소리까지도 잘 찾아낸다. 소나는 소리를 통해 수중에서 목표를 탐지하는 장치다. 잠수함의 눈과 귀가 되는 감각기관이다.

 

먹잇감이나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은 사냥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야생의 고양이가 굶지 않고 생존하는 것은 귀가 가진 탁월함이 한 몫을 한다. 공격을 위한 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수비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는 자신을 노리는 덩치 큰 사냥꾼의 공격도 귀를 통해 미리 알아차린다. 귀는 고양이에게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을 구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개의 코나 고양이의 귀는 생존에 필수적인 신체기관이다.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진 : 필자를 노려보고 있는 어미 고양이, 2020년 10월 촬영 >
 필자를 노려보고 있는 어미 고양이, 2020년 10월 촬영

 

얼마 전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오후 시간에 산책을 했다. 그런데 햇볕을 즐기는 생명체는 필자만이 아니었다. 동네의 길고양이도 그랬다. 그런데 필자와는 달리 길고양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두 마리의 새끼와 어미 고양이가 있었다. 새끼들은 마치 자석 같이 어미 주변에 붙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세상 아무 걱정 없는 행복한 가족의 전형이었다.

 

그날 바람의 방향은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쪽에서 필자가 있는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약한 바람이 계속 필자의 얼굴을 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길고양이와의 거리는 대략 20미터 정도였다. 고양이는 바람을 등지고 있었다. 이럴 때는 후각은 무용지물이다. 고양이의 코는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에서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물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 마련이다. 그날의 필자도 그랬다. 십 여초의 시간 동안 고양이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넋이 빠지고 말았다.

 

문득 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조심스레 꺼내 한 장 촬영했다. 바로 그때 어미 고양이는 멀리서 찰칵 거리는 카메라 소리를 인지했다. 그리고 바로 경계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어미는 낯선 소리의 진원지인 필자를 노려보았다. 마치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저 멀리 가라!”는 것 같았다. 고양이가 그렇게 노려보아도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의 태도와 표정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느끼기에게는 충분했다.

 

순간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행복한 오후 시간이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때로는 눈으로만 보고 자신의 머릿속에 영원히 저장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그렇게 할 것이다. 미안하다, 고양이 가족.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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