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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엘리베이터에서 개똥 밟는 기분이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노트펫] 수백 년 전 세계 대도시의 거리는 쓰레기로 뒤범벅이었다. 개똥, 말똥 같은 동물의 분변, 음식쓰레기는 물론 사람의 배설물인 인분도 도시의 쓰레기에 포함되어져 있었다. 인분이 거리의 쓰레기 리스트에 있었던 것은 당시 화장실이 없는 집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 주택에서 화장실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하지만 과거 대도시 주택 상당수는 그렇지 않았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도시의 쓰레기들은 공중위생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각종 전염병 발병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수백 년 전 당시 도시인들은 거리위의 지저분한 쓰레기들을 피하기 위해 상당히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만들어냈다. 굽이 높고 땅에 신발이 닿는 면적을 최소화 한 하이힐(high heels)이었다. 하이힐을 신으면 지저분한 것을 밟아도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비실용적인 신발의 대명사가 된 하이힐은 당시만 해도 매우 실용적인 신발이었다. 하이힐은 실용성에 멋까지 가미되면서 근대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였던 베네치아, 파리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1970년대만 해도 개를 풀어 놓고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개들이 거리에 나오는 시기는 밥을 배불리 먹은 후였다. 개 주인들이 거리에 개를 푼 목적은 간단했다. 자기 집 마당에서 대소변을 보지 말고 밖에서 해결하라는 매우 이기적 이유였다.

 

당시 얌체 개 주인들 때문에 골목 곳곳에는 크고 작은 분변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골목을 통과할 때는 항상 바닥을 잘 보고 걸어 다녀야만 했다. 경계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낭패를 보기 쉬웠다. 필자도 초등학교 다닐 때 골목에서 개의 분변을 밟은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노트펫
개의 배설물을 밟아 깨끗이 세척한 신발. 이런 운동화 세척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다. 2017년 촬영

 

 

하지만 최근에는 개를 그렇게 키우는 사람들이 없다. 그런 식으로 개를 키우다가는 이웃들의 거센 항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똥을 밟는 불쾌한 일은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일어나는 드문 일이 되었다.

 

며칠 전 외출을 마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착용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주변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데 둔감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날도 그런 문제점이 발생했다. 엘리베이터를 탄 직후에는 아무런 냄새를 맡지 못했다. 하지만 2~3초 지난 후 역한 냄새가 코끝을 후벼 팠다. 그래서 바닥을 보았더니 엘리베이터 안이 온통 개의 배설물로 덮여있었다. 누군가 배설물을 밟고 짓이긴 것 같았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아 관리사무소에 수습을 부탁했다.

 

ⓒ노트펫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는 사진과 같은 매너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개가 만든 분변을 치우는 게 전부다.

 

그런 사소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위와 같은 불편을 주게 된다. 모든 사람이 하이힐을 신고 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는 영국 속담을 구태여 떠올릴 필요도 없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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