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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능청스러운 고양이의 행방

[노트펫] 고양이는 양면성을 가진 동물이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의 눈을 피하고 경계한다. 하지만 일부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능청스럽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행동하며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에 살 때 즐겨 하던 습관이 있다. 미국 음식들은 칼로리가 높아서 평소 잘 하지 않던 동네 산책을 자주 했다. 그런 가벼운 운동이라도 자주하지 않으면 영양 과잉으로 눈사람 같은 몸매를 가질 것 같아서다.

 

동네 산책을 하면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이 있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도 있었고,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개는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했다.

 

필자가 처음 산책을 할 때는 동네 개들이 마치 잡아먹을 것 같이 짖어댔다. 하지만 동네 개들이 필자의 냄새나 모습이 익숙해지자 경계심을 풀고 나중에는 꼬리를 치며 반겨주곤 했다.

 

사교성이 남달랐던 이웃의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는 아예 잔디밭에 벌렁 누워서 배를 긁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자주 했다. 필자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개의 배를 아무렇지 않게 만져주는 행위는 안 한다. 그냥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골든 리트리버의 무리한 요구를 무시했다.

 

ⓒ노트펫
골든 리트리버의 사교성은 그 어떤 품종의 개보다 탁월하다. 2011년 인천의 한 애견 카페에서 촬영

 

하지만 사교성이 강한 개와는 달리 다람쥐는 끝까지 가까워지지 않았다. 다람쥐는 미국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자기의 나무 근처로 필자가 접근하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멀리 갈 것을 요구했다. 깐깐하기 그지없는 동물이었다.

 

ⓒ노트펫
필자가 산책을 하면서 자주 만났던 고양이(턱시도), 2017년 촬영

 

고양이는 개와 다람쥐의 중간 정도였다. 처음에는 필자가 자기 주변으로 가면 한 발짝 멀어졌다. 멀리 가지 않고 3~4미터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얼굴이 익숙해지자 근처로 오던 지 말던 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마치 고양이는 필자를 투명인간처럼 대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보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 날 그 집 주인을 만났다. 다행히 그 분이 한국인이어서 골치 아프게 영어로 대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며 필자의 질문을 한 칼에 정리해주었다.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자신도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르는 고양이라고 말씀했다.

 

ⓒ노트펫
필자의 뒷마당을 놀이터로 삼던 고양이. 해가 중천에 떴지만 여전히 꿈나라에 빠져있다. 2017년 촬영

 

그 분과 고양이 얘기를 하다가 필자의 뒷마당에 자주 오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 고양이도 며칠 째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네 고양이들이 단체로 이동했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이후 그 턱시도를 입은 그 고양이를 동네에서 보지 못했다. 이웃이 키우는 고양이로 잘못 알 정도로 항상 그 집 마당에서 놀던 고양이가 지금은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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