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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그 친척들] 쓰촨의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

중국 개혁개방 이끈 덩샤오핑 흑묘백묘론의 유래

 

[노트펫] 신석기혁명(The Neolithic Revolution)을 거치면서 인류는 오늘이나 내일 당장 먹을 것이 아닌 수개월 뒤에 먹을 식량까지 생산하고 이를 저장하는 존재가 된다. 이런 신석기혁명을 이끈 것은 농경이었다. 따라서 신석기혁명의 성격은 농업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혁명의 결과, 인류는 배고픔에 해방될 수 있었고 한 곳에 정주하면서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농경을 통해 잉여곡물들이 식량창고에 저장되자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드나들게 된다. 그 중에서도 쥐가 가장 골치 아픈 존재였다. 더구나 쥐는 안정적으로 곡식을 먹기 위해 인간 거주지 주변에 터를 잡고 정착한다. 쥐에 대한 항구적 대책이 필요했다. 쥐는 비록 체구는 작지만 영리하고, 끈질기며, 식욕도 왕성하고, 번식도 잘하는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고대 인류는 획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쥐를 잡는 일을 직접 하지 않고 고양이들에게 외부하청(外部下請) 즉 아웃소싱(outsourcing)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농사를 짓고 고양이는 사냥꾼의 본능을 이용하여 쥐를 잡는 창의적인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농경의 발전과 잉여곡물의 발생 그리고 쥐의 유입과 고양이의 사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역으로 과거 고양이를 많이 키운 지역은 농업이 융성하고 물자가 풍부한 곳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이런 관계를 증명할 만한 지역이 있다.

 

예로부터 중국 쓰촨(四川)은 농경이 발전하여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쓰촨을 하늘이 내린 땅이라는 뜻의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고 했다. 쓰촨은 식재료가 풍부하여 중국 4대 요리에 속하는 쓰촨요리(四川料理)의 고향이기도 하다. 쓰촨요리에는 덥고 습한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맵고 자극적인 것들이 많다. 여름에 이런 요리를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와 시원함까지 느낀다고 한다.

 

마파두부도 쓰촨요리에 속한다. 2019년 3월 촬영

 

 

쓰촨요리의 인기는 비단 중국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그 인기 높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라조기(辣子鸡), 마파두부(麻婆豆腐), 마라탕(麻辣烫) 등도 모두 쓰촨요리에 속한다.

 

삼국지연의 최고의 책사 제갈량(諸葛亮)은 아직 제대로 된 지역 기반을 집지 못하던 유비(劉備)를 위해 천하를 셋으로 나누자는 삼분지계를 제안한다. 제갈량은 아직은 유비의 세력이 중원을 차지한 조조(曹操)나 강동의 손권(孫權)에 미치지 못하므로 파촉(巴蜀)에서 힘을 기르자고 부연하기도 했다. 파촉은 지금의 쓰촨성 일대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은 작년부터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이런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경제가 성장한 것은 쓰촨 출신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의 개혁개방정책 덕분이다. 오늘날 중국이 누리는 경제적 번영은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턱시도를 입은 고양이는 흑묘일까, 백묘일까? 2014년 도쿄의 한 공원에 촬영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장하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과감한 개혁정책을 추진한다. 실용주의자인 그에게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발전과 그로 인한 백성들의 삶의 질 개선이었다.

 

그런데 흑묘백묘는 덩샤오핑이 만들어낸 사자성어가 아닌 그의 고향인 쓰촨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격언이었다. 쓰촨에는 오래 전부터 쥐가 사람들의 곡식창고를 노렸고, 쥐를 잡기 위해 농부들은 고양이를 키웠다. 농부들 입장에서 고양이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쥐를 잘 잡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고향의 명언 덕분인지 덩샤오핑은 중국의 현대사를 대표하는 실용주의자가 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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