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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하늘 포식자들의 합리적인 ‘공유경제’

[노트펫] 야생동물에게 영역은 생존이 직결된 문제로 양보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지만 영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도 있다는 의미다.

 

영역에는 현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먹이 확보는 물론 미래의 후손을 가능하게 하는 짝짓기에 대한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동물들이 영역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영역 경쟁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상도 일어난다. 패자가 심하게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승자도 온전하지 못할 경우도 적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상처가 크면 승자의 운명도 패자와 비슷할 수도 있다.

 

아이벡스(Ibex) 같은 초식동물들도 영역경쟁을 하는데, 승자는 영역 내에서 짝짓기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기도 한다. 2018년 8월 댈라스 페로뮤지엄(Perot Museum)


그래서 북미 대륙의 일부 포식자(predator)들은 폭력적으로 방법보다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해결책인 ‘공유경제’(sharing economy, 共有經濟)를 실천하고 있다.

 

미국의 49번째 주인 알래스카(Alaska)가 포식자들의 공유경제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알래스카의 지상에서는 무스(Moose)나 엘크(Elk) 같은 대형 발굽동물들의 목숨을 노리는 그리즐리, 늑대 같은 포식자들이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이면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곳 하늘의 상황은 좀 다르다. 올빼미와 매 같은 알래스카의 맹금류(bird of prey)들은 영역을 공유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곳의 하늘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라는 야생의 법칙이 더 이상 지배하지 않고 있다.

 

같은 하늘을 낮에는 개구리매(Northern Harrier)가, 밤에는 쇠부엉이(Short eared Owl)가 시간대를 나눠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메리카올빼미(Barred Owl). 2018년 5월 텍사스 달하트 XIT 박물관에서 촬영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두 포식자의 사냥습관이나 생활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력이 뛰어난 매는 낮 사냥에 특화된 반면, 청력이 뛰어난 부엉이는 밤 사냥에 최적화 되어있다.

 

매의 시력은 사람 시력의 8배, 올빼미의 청력은 고양이 청력의 4배 정도 된다. 그러니 매는 해가 뜨면 사냥하고, 부엉이는 매의 퇴근 후 밤에 사냥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에 맞다.

 

아메리카올빼미의 분변에서 채취한 쥐의 뼈. 미국 초등학교 과학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위생 처리된 맹금류의 분변을 배포하여 주요  먹이들을 분석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맹금류 서식지 주변에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5월 촬영

 

소박한 입맛을 가진 두 포식자의 주식은 작은 설치류(rodent)인 생쥐, 들쥐, 다람쥐 등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도 있다. 개구리매는 먹지 못하고, 쇠부엉이만 즐기는 특식이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휴식을 취하는 박쥐는 밤에만 활동한다. 따라서 낮 사냥꾼인 개구리매는 박쥐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개구리매에게 박쥐는 ‘그림 속의 떡’인 화중지병(畵中之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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