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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DDT 사용과 송골매 알껍데기의 두께

[노트펫] 에바 그린(Eva Green)이 주연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능력자 선생님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영화 상영 내내 팀 버튼이라는 개성 강한 감독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미스 페레그린'이 특별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하루를 무한 반복시키면서 사는 것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미스 페레그린이 악당들의 손에 부상을 당하고 사람의 모습이 아닌 송골매(Peregrine)의 모습으로 하늘을 나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은 '미스 페레그린'이 사람의 모습을 한 송골매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송골매(박제). 2018년 8월 텍사스 댈라스의 페로자연사박물관에서 촬영

 

영화에서는 미스 페레그린이 혼자서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야생에서는 다르다. 송골매 수컷은 암컷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헌신적이다. 수컷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암컷과 번갈아가면서 품는다.

 

그리고 수컷들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열심히 사냥하여 새끼는 물론 새끼를 키운다고 둥지를 벗어나지 힘든 암컷까지 먹여 살린다.

 

이 정도 같으면 수컷 송골매는 훌륭한 가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성실한 가장을 둔 송골매는 불과 얼마 전까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

 

물론 송골매 때문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연에 벌인 일 때문이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농작물을 재배하여 인류를 먹여 살렸던 농부들은 작물을 갉아먹는 벌레를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유기염소화합물의 일종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가 개발되면서 이 오래된 전쟁의 막은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DDT는 강력한 살충효과는 있었지만 상당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곤충은 물론 어류, 양서류, 그리고 그들을 먹이로 하는 조류 특히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송골매 같은 맹금류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크레스티드 카라카라(Crested Caracara) 같은 다른 매들도 DDT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이 새는 텍사스에서 남미까지 서식한다. 2018년 8월 페로자연사박물관에서 촬영

 

DDT는 1945년부터 북미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전파되었다. DDT는 농약뿐만 아니라 이 같은 해충들을 제거하는 용도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DDT가 널리 사용되면 될수록 먹이 섭취를 통해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체내에는 더 많은 DDT가 축적되게 되었다.

 

그 결과 맹금류의 알껍데기(egg shell)는 예전보다 갈수록 얇아지고, 그 결과 부화율이 심각하게 낮아지게 되었다.

 

결국 북미 대륙의 송골매, 흰머리수리 등의 맹금류들은 DDT 때문에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DDT는 강력한 살충 효과에도 불구하고 어류, 양서류, 조류 등에 대한 피해 발생 때문에 1970년대부터 사용이 중단되고 만다.

 

그 이후 북미의 맹금류 개체 수는 다시 서서히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자연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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