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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끝나지 않은 빈대와의 전쟁

[노트펫] 작년 가을 가족여행을 위해 호텔 비교 사이트를 검색했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호텔이 나왔다.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리뷰를 보고 마음을 접고 말았다. 이용자 여럿이 빈대를 뜻하는 ‘베드 버그’(bed bug)가 나온다고 적어놓았기 때문이었다.

 

흡혈곤충(blood-sucking insects)인 베드 버그는 낮에는 숨었다가, 밤만 되면 활동한다. 심할 경우, 하룻밤에 수십 번까지 사람들을 문다. 베드 버그에 물린 곳은 모기에 물린 곳과는 차원이 다른 통증을 일으킨다.

 

밤에 한숨도 자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작년 베드 버그에 물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그 괴로움을 전했다.

 

우리 속담 중에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속담이다. 하지만 이 속담은 거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빈대가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만들면, 사는 집까지 태워 없애려고 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빈대는 위생환경이 개선되면 사라진다. 그래서 1950~60년대만 해도 어디서나 있었던 빈대는 1970년대 들어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빈대가 없어졌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한국에는 없지만 외국에는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빈대를 포함한 각종 해충을 퇴치하는 미국 업체의 광고. 2018년 8월 촬영

 

 

한국은 선진국이다. 특히 의료, 보건, 위생 환경이 우수하다. 한국인들은 구미권 국가들이 아직도 한국을 압도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착각이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들을 능가한다. 외국에서 대중교통이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한국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한국은 해외여행은 물론 이민, 유학을 많이 가는 나라로 유명하다. 미국 중소도시를 가 봐도 한국인이 없는 곳은 없다. 2017년도 기준 해외출국자수는 2,649만 명으로,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해외를 다녀왔다. 물론 이 수치에는 중복된 출국자수가 포함되어져 있다는 함정이 있다.

 

국민 절반이 해외에 나가는 시대, 해외에 나가기 전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숙소를 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다는 의미는 고급 숙소가 아닌 안전한 숙소라는 뜻이다.

 

단기여행에서 숙소는 호텔이 될 것이고, 수년 단위의 장기 체류의 경우는 숙소가 아파트나 듀플렉스 같은 임대주택일 것이다. 그런데 장단기 체류에 관계없이 숙소 예약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를 잘 모른다. 길이 1cm에 불과한 빈대다.

 

단기여행의 경우, 호텔에서 투숙하기 마련이다. 가격이나 부대조건만 보면 안된다. 이용자들이 올린 리뷰, 사진을 꼼꼼히 보며 베드 버그라는 말이나, 사진이 나오면 투숙하면 안된다.

 

아무리 한국에서 준비를 철저히 하여도 현지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짐을 풀기 전 침대와 매트리스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빈대는 매트리스와 프레임이 접히는 부분에 숨는 경우가 많다.

 

빈대가 없다고 판단이 들어도 퇴치약을 뿌리고 짐을 푸는 게 좋다. 점검 과정에서 빈대가 있거나, 흔적이 보이면 숙소를 옮겨야 한다. 호텔 전체에 빈대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 체류 숙소를 구할 때도 베드 버그의 존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사전에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빈대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확약을 받아두는 게 좋다.

 

구미권의 집들은 사진과 같이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빈대가 숨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5월 촬영


그렇게 철저히 준비를 해도 집에서 살다보면 빈대가 나올 수 있다. 빈대가 발견되면 현지 마트에서 판매하는 연기가 나는 훈증 베드 버그 퇴치약을 집에 틀어놓고 몇 시간 외출을 해야 한다. 그 정도로 안되면 전문 방제업체를 불러야 한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만약 이런 절차가 진행되면 모든 옷을 꺼내서 세탁을 하고 일광 건조하는 게 좋다. 빈대는 천이나 모직에 숨어서 활동하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 빈대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아니면 집에 있는 옷을 버리고 새로 사는 방법도 있다.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길이 1cm에 불과하지만 해외여행의 기쁨이나 해외체류의 설렘을 완전히 망칠 수 있는 빈대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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