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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과거 모르는 유기묘, 정체성 하나를 찾았다

 

[노트펫] 얼마 전 달이를 데리고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에 갔다. 첫 방문이라서 보호자와 반려묘에 대한 정보를 적어 접수해야 했다.

 

고양이 정보에는 내가 지어준 '달이'라는 이름을 적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호소에서 추정한 4~5살이라는 나이도 적었는데, '품종'을 기입하는 칸 앞에서 잠시 펜을 멈춰야 했다.

 

무슨 종인지 짐작되는 게 전혀 없어서 결국 '코숏 아님'이라고만 썼다.

 

보호소에서는 그냥 코숏으로 분류되어 있었던 것 같지만 달이는 누가 봐도 일단 품종묘다. 노란빛이 도는 크림색 빽빽한 털에 파랗고 투명한 바다색 눈. 그리고 삼색 코숏인 제이의 두 배쯤 되는 커다란 발 크기. 그런데 무슨 품종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물어봤지만 수의사 선생님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물론 달이를 입양할 때 품종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고양이의 정체성(?)이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일부터 취향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달이의 생일은 언제인지, 정확한 나이는 몇 살인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과거에 가족이 있었는지, 유기된 건지, 잃어버린 건지, 어미가 길에서 낳은 건지…….

 

궁금한 것은 너무 많지만 사실상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친한 언니가 지인의 고양이라며 사진 한 장을 보내줬는데, 회색 버전의 달이처럼 보였다.

 

사실 나도 반려동물 에디터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웬만한 강아지나 고양이 품종을 잘 구분하는 편인데, 그 사진은 무슨 종인지 바로 알 수 없었다.

 

물어봤더니 샴 링스포인트라고 했다. 찾아보니 정말 털색은 다양하지만 달이를 닮은 고양이들이 검색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얼굴에 진한 색의 포인트가 있는 보통이 샴과는 조금 다르다. 얼굴, 앞다리, 귀, 꼬리 등에 진한 색상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샴은 그중에서도 씰 포인트라고 한다.

 

그 외에도 초코 포인트, 블루 포인트, 레드 포인트 등이 있는데 달이의 경우에는 링스 중에서도 레드 포인트로, 전체적으로 크림색 몸통에 얼굴, 다리, 꼬리 쪽에만 붉은 포인트가 들어간다. 털색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모두 파란색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샴 링스 레드포인트! 드디어 달이의 인적사항, 아니 묘적사항 하나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사실 나도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하얗고 긴 털을 늘어뜨린 터키시 앙고라 같은 고양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삼색 고양이 제이를 키우기 전에는 한 번도 삼색 고양이가 예쁘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고양이를 키우면 제일 예쁜 건 그냥 '내 고양이'다.

 

고양이의 품종 중에는 자연 발생한 종도 있지만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발전시킨 종도 많다. 그 탓에 유전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요즘 인기 있는 귀가 접힌 스코티시폴드 종도 그중 하나다.

 

비싸고 예쁘니까 귀한 대접을 받을 것 같지만 요즘에는 품종묘의 운명도 그리 순탄하지 않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액세서리처럼 품종묘를 '샀다가' 털이 빠지고 스크래치를 한다고 버리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고, 입양전선에 올라온 품종묘 중에서 운이 나쁘면 또 어딘가로 팔려가 몇 번이고 새끼를 낳는 종묘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고양이를 키울 때에는 그 고양이의 호구조사보다 그들이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품종묘든 아니든 어떤 성격과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그냥 그 고유의 고양이일 뿐이다.

 

달이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게 된 것은 기쁘지만, 물론 바뀌는 것은 없다. 달이는 그냥 예쁜 우리 집 셋째 고양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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