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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쌤의 수의학 이야기] '단맛은 없고 쓴맛은 있다' 고양이 입맛과 쓴맛

 

[노트펫] 고양이에게 강아지용 사료를 장기간 급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고양이는 오랫동안 철저한 육식을 해왔고 강아지는 그보다는 잡식에 가까운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서로 필요로 하는 영양의 세부적인 조건도 다르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간혹 반려생활 속에 이런 질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고양이용 간식인 츄르를 강아지가 잘 먹는다면 그냥 줘도 되는걸까요? 강아지와 고양이를 동시에 반려하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고양이 간식을 강아지가 잘 먹는 경우도 있는데요.

 

답부터 말씀드리면 '조금이라면 괜찮습니다' 입니다. 시판되는 고양이 츄르 한 포가 엄청나게 많은 분량은 아니다보니, 간식 섭취량 수준이라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강아지는 이것저것 다 잘 먹는 데다 심지어 약을 먹일 때도 간식에 섞으면 비교적 잘 먹는 반면, 고양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고 맛을 더 가리는 편인데요. 왜 그런걸까요?

 

동물의 미각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고양이의 미각에 대해서도 아주 심도있는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의 입맛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는 몇몇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고양이와 미각의 관계에 대해 언급드린 적이 있는데요. 선천적으로 단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성질도 이런 까다로운 입맛에 기여하겠지만, 고양이는 쓴맛 역시도 인간과는 조금 다르게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쓴맛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쓴맛을 느끼는 패턴이 다른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실험실 환경에서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 쓴맛을 인식하는 수용체의 구성과 민감도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쓴맛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2가지 종류로 이뤄져 있고(인간은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각각의 수용체가 쓴맛을 내는 화합물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는지 역시 달랐던 것이죠.

 

예를 들어 고양이의 쓴맛 수용체는 페닐티오카바마이드, 그러니까 생물 시간에 미맹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PTC 용액'으로 불리는 물질은 덜 민감하게 느끼는 반면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라는 물질에 대해서는 화학적으로 민감했다고 합니다.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라는 물질은 대표적으로 닌텐도 스위치(게임기) 게임 팩에 코팅되는 화합물인데요. 게임팩의 크기가 작아서 어린 아이들이 갖고 놀다가 무심코 삼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조사가 일부러 쓴맛이 나는 물질을 이용하는 것인데, 고양이들은 이 맛을 사람보다도 정말 끔찍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양이가 PTC 용액에서 느껴지는 쓴맛에 덜 민감하다고 해서 신경이 쓰이지 않거나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에 비해 덜 민감하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어떤 생물체가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오로지 쓴맛 수용체가 특이하기 때문 만은 아닙니다.

 

고양이가 단맛은 물론 쓴맛에서도 꽤 독특한 미식 체계(?)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앞으로도 누적된다면 고양이에게 더 맛있는 사료는 물론이고 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약도 제조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평가입니다. 약도 대부분 고양이가 싫어하는 쓴맛을 내기 때문이죠.

 

고양이의 입맛을 완전히 이해하는 날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사실 사람도 서로의 입맛도 이해하지 못 할 때가 있으니까요. 고양이가 덜 쓰게 느끼는 약이 하루 빨리 나온다면 수의사들 뿐만 아니라 집사님들도 더 행복한 반려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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