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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미국 야생동물] 추수감사절과 칠면조의 아픔

[노트펫] 미국인들은 매년 11월이 되면 두 개의 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하나는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로 정해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과 다른 하나는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이다.

 

그런데 두 날의 성격은 판이하다. 추수감사절은 우리의 추석과 유사한 날이고,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모든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폭탄세일을 하는 날이다. 소비성향이 강한 젊은 층과 가족의 정을 강조하는 기성세대에게 두 날의 중요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젊은층에 가까울수록 블랙 프라이데이 때 무엇을 살지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짜는 반면, 추수감사절 때 혈육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무엇을 먹고 즐길지 고민한다. 이렇게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조용하던 동네도 시끌벅적 거린다. 평소 차 한 대 밖에 주차되지 않은 집이라도 그날은 타주(他州)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여럿 주차되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 작은 소리도 밖에 들리지 않던 집이라도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밖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날 만큼은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이렇게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부모님이 사는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밤늦도록 파티를 즐긴다.

미국인들을 개인주의적인 이기주의자로 생각하기 싶다. 하지만 이는 '일반화의 오류'다. 가족을 챙기지 않는 미국인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만큼은 혈육들이 같이 모여 파티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칠면조 요리를 가족들과 함께 즐기곤 한다. 2107년 11월 대형마트인 하이비(Hyvee) 매장에서 촬영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칠면조를 오븐에 구워 먹는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들은 칠면조 구이를 보면 고향에서 맞던 추수감사절과 혈육의 정을 느끼곤 한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이렇게 칠면조를 먹는 것은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이 첫 추수감사절 때 새를 사냥하러 밖에 나갔다가 칠면조를 잡아왔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물론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 환갑을 맞은 한 미국인 지인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어린 시절 아침에 풍기던 칠면조 굽는 냄새가 연상된다고 말한다. 그 지인의 할머니는 추수감사절만 아침에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는 큰 칠면조를 구웠다고 하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더 이상 늦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즐기는 칠면조는 야생 칠면조가 아닌 가축화된 가금(家禽) 칠면조다.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칠면조의 양은 약 6억 파운드(27만 톤)에 이르는데, 이 많은 양의 칠면조를 사냥하여 조달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야생칠면조는 사진과 같이 날렵하다. 2017년 11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촬영

 

 

미국인들이 식당이나 집에서 즐기는 칠면조들은 이렇게 농장에서 키운 살찐 칠면조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원조에 해당하는 야생 칠면조들과는 매우 다르다. 오로지 많은 식육 생산만을 위해 개량된 가금 칠면조는 체중 20~30kg의 육중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닭처럼 날지 못한다. 하지만 야생 칠면조는 체중 7kg 내외의 날렵한 새로 시속 70km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또한 경계심이 무척 많아서 사냥하기에 까다롭다고 정평이 나있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가족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메인 요리가 되는 칠면조의 역사에는 이런 아픔이 숨어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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