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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묘생묘사]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우연, 아니 인연

 

[노트펫] 세상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 호랑이를 싫어하는 사람, 고슴도치나 카멜레온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이유를 따져본들 싫은 건 그냥 싫은 것이리라.

 

나는 편식하는 게 많은 편인데,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어?"라고 몇 번이고 묻는 사람들이 참 피곤했다. 맛있는 건 주관적인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게 누군가에게는 싫어하는 맛일 수도 있다는 걸 왜 받아들이기 어려울까.

 

자신의 취향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입맛의 평준화를 촉구하는 건 무리가 아니겠는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취향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굳이 그 고양이를 쫓아다니며 괴롭힐 만큼의 열의를 보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무엇을 싫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웬만하면 서로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무관심이었으면 좋겠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신경을 쓸수록 나만 괴로워지는 법이기도 하니까!

 

반대로 무엇을 좋아하는 것에도 이유가 없을 때가 많다. 마카롱에 푹 빠져 있거나, 놀이공원 마니아거나,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고,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것은 우연히 교집합을 이루기도 한다.

 

 

최근 일 때문에 미팅을 갔는데, 내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걸 알고 있던 그분이 첫 마디로 "저도 고양이 세 마리 키우고 있어요" 하고 인사를 하셨다. "어? 저도 세 마리인데!" 하고 서로의 SNS에 있는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통성명만 하고 대뜸 고양이 소개부터 하다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웃긴 노릇이었을 것이다.

 

공적으로 만나 사적인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인데도 '고양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면 이상하게 금방 마음이 녹는다.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사정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들의 고양이가 밥을 안 먹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나이가 많다거나 하다는 이야기에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 집사이자 또 누군가의 랜선 집사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내 고양이를 예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SNS 피드에 올라온 남의 집 고양이들에게도 열성적으로 하트를 눌러주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 넓은 세상에, 좋아할 만한 것도 무궁무진한데 그중에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쩜 대단한 일이 아닐까?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비슷한 세상을 일부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이유를 길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끼리는 안다. 퉁명스러운 얼굴의 고양이는 심술궂게 튀어나온 볼 살이 무척 귀엽고, 발라당 몸을 뒤집은 고양이는 그 보들보들한 뱃살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조금 기쁘다. 그만큼 세상엔 나와 같은 것을 느끼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우리는 아마도 마주쳤을 때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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