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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이별`..美서 호주로 5개월 만에 반려견 데려온 보호자

미국서 뉴질랜드 거쳐 호주로 1.6만㎞ 비행

 

2년 전 요트 여행 중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입양한 닥스훈트 반려견 핍스퀵.
2년 전 요트 여행 중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입양한 닥스훈트 반려견 핍스퀵.

 

[노트펫]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친구에게 맡긴 닥스훈트 반려견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만마일(약 1만6100㎞)을 여행한 끝에 5개월 만에 보호자 품으로 돌아왔다고 미국 CNN방송이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인 아일벡 부부는 지난 3월 두 아들과 닥스훈트 반려견 ‘핍스퀵’을 데리고 4년 계획의 세계일주 요트여행 중이었다.

 

올해 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하늘 길과 바닷길이 급속도로 막히면서, 아일벡 가족은 미국에 반려견과 12m 요트를 남겨두고 다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야만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검역이 까다롭기 때문에 핍스퀵을 데리고 귀국할 수 없었다. 아일벡 가족은 지난 2018년 세계여행 도중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항구도시 메시나에서 핍스퀵을 구조했기 때문에, 핍스퀵을 수입하는 형태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여와야 했다. 핍스퀵은 이 과정에서 열흘간 격리기간도 거쳐야 했다.

 

그래서 아일벡 가족은 6주 뒤에 다시 돌아오겠다며, 지난 3월 27일 엄마 조이 아일벡의 친구 린 윌리엄스에게 핍스퀵을 부탁했다. 윌리엄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州)에서 들소 목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미 반려견 2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핍스퀵을 오래 맡아주기 힘든 처지였다.

 

핍스퀵과 아일벡 가족.
핍스퀵과 아일벡 가족.

 

그런데 5개월이 걸릴 줄은 보호자도, 핍스퀵도 알지 못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보호자 조이는 미국 내에서 닥스훈트를 맡아줄 사람을 수소문했고, 지난 4월 초 2번째 임시보호자 엘렌 스타인버그가 나섰다. 조이는 오스트레일리아 시간으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닥스훈트와 영상통화를 하고, 닥스훈트를 미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데려올 서류 작업을 처리했다.

 

보호자는 핍스퀵을 데리러 미국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날이 갈수록 자명해졌다. 결국 핍스퀵 혼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올 방법을 찾아야 했다. 미국에서 개를 내보낼 때 광견병 혈액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했다. 뉴욕에서 이 검사를 할 수 있지만, 뉴욕은 코로나19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이번엔 오스트레일리아 수입 승인을 간신히 받아내자, 오스트레일리아 국적기 콴타스항공이 반려동물 운송을 거부했다. 결국 보호자는 반려동물 운송회사 ‘제트펫츠’를 통해서 뉴질랜드를 경유해서 닥스훈트를 데려올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데 2번째 임시보호자인 스타인버그가 핍스퀵을 맡은 지 3개월 되던 시점에 가족을 만나러 가야했다. 스타인버그는 친구 스테이시 그린에게 닥스훈트를 맡겼다. 3번째 임시보호자였다.

 

다행히 그린은 핍스퀵을 사랑해줬고, 끝도 없는 장벽에 좌절한 원래 보호자 조이는 “스테이시(그린)가 핍스퀵을 맡았을 때, 그녀는 핍스퀵과 사랑에 빠졌다”며 “그 시점에 나는 핍스퀵을 데려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여름이 되면서, 미국 항공사들도 국내 비행에 반려동물 탑승을 거부했다. 조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핍스퀵을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데려다줄 사람을 찾았다. 이때 반려견 구조재단 ‘스파키 파운데이션’의 멜리사 영이 등장했다. 4번째 임시보호자였다.

 

영이 닥스훈트를 데리고 비행기에 탑승해,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市)까지 데려갔다. 다시 반려동물 운송회사 제트펫츠는 닥스훈트를 항공편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도시 오클랜드로 옮겼다.

 

핍스퀵은 13시간 비행을 마치고 지난 7월 23일 뉴질랜드에 도착해, 하루 동안 격리됐다. 격리를 마친 핍스퀵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 멜버른 시로 향했다. 간신히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핍스퀵은 다시 열흘간 격리됐다.

 

핍스퀵은 격리를 마치면 바로 뉴사우스웨일스 주 시드니 시로 오기로 돼있었다. 지난 8월 3일이면 핍스퀵을 다시 만날 거라고 아일벡 가족은 목을 높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빅토리아 주가 엄격한 봉쇄령을 내리면서 핍스퀵은 멜버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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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이 아일벡의 남매인 롭이 며칠간 핍스퀵을 맡아줬다. 5번째 임시보호자인 셈이다. 그 사이 닥스훈트를 태워주겠다던 비행기 4편이 취소됐고, 이 험난한 여정이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에 방송됐다. 그러자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항공사가 핍스퀵을 시드니로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닥스훈트는 지난 8월 11일 시드니 공항에서 아일벡 가족과 5개월 만에 재회했다. 조이 아일벡은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은 그 모든 시간 뒤에 핍스퀵이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었다,”며 “아이들이 손에 핫도그를 문지를 정도로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핍스퀵은 아일벡 가족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족에게 달려갔다. 현재 아일벡 가족과 핍스퀵은 시드니 북부 스코틀랜드 섬에서 요트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한편 아일벡 가족의 요트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힐턴헤드 섬 선착장에 남아있다. 핍스퀵을 데려오는 데 열정을 쏟느라, 요트는 나중으로 미뤄진 셈이다. 결국 아일벡 가족은 그 요트를 미국에서 팔기로 했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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