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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의 은밀한 성생활

 

[양병찬 과학번역가] 여자사람과 남자사람, 암탉과 수탉, 암소와 수소처럼, 암수유별은 자연계의 기본사항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물에서 암수구별은 특이사항이다. 예컨대 딸기는 식물과 동물을 통틀어 가장 최근에 성염색체가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딸기들이 최근 암수로 이행한 과정을 규명했는데, 그 중심에는 점핑유전자(jumping gene)가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특이한 점핑유전자의 존재는, 식물의 성차(性差)가 생각보다 빨리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덕분에, 우리는 성염색체가 진화한 과정을 비로소 시공간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도널드 댄포스 식물학센터」의 알렉스 하키스(진화생물학)는 논평했다. "연구진은 성염색체가 확립되었음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성결정영역(sex-determining region)이 계속 진화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동물들은 공통적 기원을 가진 태곳적 성염색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의 성염색체는 최근(최근 몇 백만 년 전)에 겨우 등장했으며, 대부분의 식물들은 여전히 암수한몸(hermaphrodites)으로서 암수의 성기관을 모두 갖고 있다.

 

6%의 식물만이 이성(異性)으로 갈라졌는데, 그중에는 아스파라거스, 파파야, 호프, 마리화나가 포함되어 있다. 딸기의 성(性)은 1840년대에 생물학 교육을 받지 않은 오하이오의 농부에 의해 발견되어(참고 1), 암·수·콤보라는 세 가지 취향을 가진 개체로 분류되었다.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대학교의 티아-린 애쉬먼(생태학)은 거의 20년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그런 취향들이 진화한 과정을 분석한 결과, 딸기 유전체의 상이한 부분들이 성(性)을 제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유전자가 그런 부분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밝히는 것은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23개의 염색체를 각각 두 개씩 갖고 있는 인간과 달리, 딸기는 7개의 염색체를 각각 8개씩, 총 56개의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쉬먼의 첫 번째 행운은, 약 10년 전 연구팀과 함께 흔한 북미산 야생딸기(Fragaria virginiana)의 동해안 변종에서, 암수결정영역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었다(참고 3).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그 근연종인 오리건 해안의 야생딸기(F. chiloensis)에서 동일한 영역을 살펴봤더니, 완전히 다른 염색체의 완전히 다른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제3의 딸기 변종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암수결정영역이 유전체의 상이한 부분에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애쉬먼이 생각한 첫 번째 가능성은, 딸기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상이한 성을 진화시켰다는 것이었다. 가능성이 좀 떨어지는 두 번째 설명은, DNA의 한 영역이 등장한 이후 유전체의 이곳저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2011년 최초의 딸기유전체프로젝트(참고 4)가 결실을 맺음으로써 좀 더 자세한 유전적 연구가 가능해지자,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애런 리스턴(진화생물학)과 제이콥 테네슨(現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이 애쉬먼과 팀을 이루어 본격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암꽃 특유의 DNA를 찾기 위해, 총 60개의 F. virginiana와 F. chiloensis를 암수 동수(同數)로 채집하여 유전체 염기서열을 샅샅이 분석했다. 분석의 핵심 포인트는 '모든 암꽃에 존재하지만 모든 수꽃에 존재하지 않는 유전자 시퀀스'였다.

 

분석 결과, 모든 암꽃들은 짧은 시퀀스(short sequence) 하나를 공유하는데, 놀랍게도 이 시퀀스는 딸기가 여러 세대에 걸쳐 번식하는 동안 최소한 두 번 이상 점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지난달 《PLOS Biology》에 발표했다(참고 5).

 

더욱 놀라운 것은, 시퀀스 상에 존재하는 암꽃 특유의 유전자는 한 번 점프할 때마다 개수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그러한 '점프의 흔적'이 성염색체 간의 차이를 확대했을 거라고 추론하고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경우, 그런 성특이적 차이(sex-specific difference)가 종국에는 극단화되었다. 딸기의 경우에는 짧은 점핑시퀀스(jumping sequence)에 두 개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마도 꽃가루와 열매의 발달에 모종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식물의 성결정영역이 최초의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점프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그들의 영웅적인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라고 성염색체 진화 연구의 선구자 에든버러 대학교의 데버러 찰스워스(진화생물학)는 말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2개 유전자의 '기능'과 '점프 과정'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할 게 많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애쉬먼에 따르면, 이번 연구가 '더욱 커다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장(場)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것은 "성결정영역이 최초에 점프한 이유는 뭘까?"라는 것이다. 애쉬먼과 리스턴은 후속연구를 통해 이 의문을 해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식료품점이나 농산물시장에 '특별한 암딸기와 수딸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 마지막 반전을 공개하자면, 연구 과정에서 교잡(hybridization)을 통해 탄생한 야생딸기들 간의 잡종후손(hybrid descendant)들은 성차(性差)가 사라졌다고 하니 말이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s://uses.plantnet-project.org/en/Foreword_to_Duchesne%27s_strawberry_drawings
2. https://entomology.ces.ncsu.edu/small-fruit-insect-biology-management/strawberry-pollination-basics/
3. https://www.nature.com/articles/hdy2008100
4. https://www.nature.com/articles/ng.740
5.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2006062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9/secret-sex-life-strawber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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