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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잡는 감기약..발작에 장기 망가지고 폐사까지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살펴보니

 

[노트펫] 강아지나 고양이도 사람처럼 감기에 걸린다. 덩치에 맞게 조금 먹이면 낫겠지 하면서 무심코 감기약을 먹였다가는 자칫 다시는 반려동물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감기약 뿐 아니다. 사람약은 반려동물에게 종종 해를 입힌다. 백신 등 반려동물약 자체도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는데 사람약을 임의로 복용시키거나 주사하는 것은 더더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약을 투여해서 발생한 부작용 사례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10월 대전의 A동물병원에 내원한 2살 암컷 말티즈 루루(가명)는 발작을 포함한 심각한 신경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보호자는 수의사에게 약국에서 구입한 감기약을 먹인 뒤 루루가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루루가 복용한 감기약은 콧물, 코막힘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을 위한 감기약 시럽이었다.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이 시럽에는 슈도에페드린이라는 신경계에 작용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반려동물 치료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성분이었다. 반려동물에게 과량 투약될 경우 빈맥, 부정맥, 고혈 압, 불안, 과활동성 등 부작용을 보이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에 5~6mg/kg의 슈도에페드린이 투약될 경우 발작, 방향감각 소실 등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10~15mg/kg이 투약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루루는 치사량에 해당하는 45mg 가량을 섭취한 상태였다. 루루는 동물병원에 입원한 뒤 3일간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발작을 포함한 신경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서 아이를 보내기 싫다'는 보호자의 의견에 따라 치료를 포기한 채 퇴원했다.

 

17살 푸들 보호자 A씨는 2014년 1월초, 자신의 반려견이 감기라고 판단한 뒤 약국에서 사람 감기약을 사다가 반려견에게 먹였다.

 

이 감기약은 알러지성 비염 및 콧물, 코막힘, 재채기에 주로 사용하는 약품이었다. 감기약을 먹은 푸들은 그 뒤 빈맥,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급기야 혼수상태에 빠졌고, 동물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17살에 이르도록 애지중지 키운 것은 물론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던 반려견을 무심코 사먹인 감기약으로 떠나보내고 말았다. 

 

3살 요크셔 테리어는 감기약 복용으로 장기가 망가지고 결국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사례다.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요크셔 테리어의 보호자는 자가 판단에 따라 사람 감기약을 덩치에 맞춰 강아지에게 먹였다. 하지만 요크셔 테리어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기약을 먹은 지 하룻만에 고열, 혈색소뇨, 구토, 식욕절폐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동물병원에서 일주일간 치료를 하면서 복막투석, 수혈, 항산화 치료 등을 했지만 급성신부전으로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람용 진통제를 먹였다가 반려견의 장에 구멍이 생긴 사례도 있다.

 

몸무게 3Kg 정도였던 포메라니안 미미는 동물병원에 왔을 때 의식 불명 직전으로 극심한 기력저하와 함께 흑변(까만 똥) 증상을 보였다.

 

병원에 오기 2주 전 쯤 낙상 사고를 당해 동물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던 도중 보호자는 증상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자 사람용 소염진통제를 먹였다.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이 진통제는 나프록센 성분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로 류마티스 관절염, 골관절염, 급성통풍, 편두통 등에 사용된다. 약국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하지만 미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사람에게 맞춰진 용량이 몸속에 들어갔고, 심각한 장염증과 천공(구멍), 그에 따른 세균성 복막염, 그리고 빈혈까지 유발시켰다. 결국 미미는 병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람용 구충제 역시 안전하지 않다. 11살 솔의 보호자는 약국에서 사람용 구충제를 구입, 가족들과 함께 복용하면서 솔이에게도 급여했다.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출처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

 

솔이는 구충제를 먹은 뒤 심한 용혈성 빈혈과 황달 증상을 보였다. 솔이는 치료를 위해 수혈을 2번이나 받아야 했고, 1주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뒤에야 간신히 회복할 수 있었다. 

 

이같은 반려동물의 피해 사례들은 최근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동물병원협회, 데일리벳이 공동 발간한 '반려동물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에 실렸다.

 

사례집은 사람약 부작용과 함께 약국에서 구입한 백신을 집에서 직접 맞췄다가 죽거나 다친 20여 마리의 개, 고양이를 비롯해 수의사 처방 없이 약을 발랐다가 화상을 입은 사례, 눈곱을 없애려다가 오히려 반려견이 실명한 사례 등 50여 건의 부작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발간자들은 "개, 고양이, 소, 돼지, 닭 등 모든 동물은 생리적 특성이 다르다"며 "친근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사람이라 생각하여 선의로 행한 자가진료가 돌이키지 못할 비극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6년 말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동물의 자가치료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자가치료 때문에 수많은 반려동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반려동물 보호자는 수의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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