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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벚꽃 거리 뒷편에서

 

꽃 축제가 한창이지만 봄비 탓에 길이 젖어 있었다. 아무도 축축한 길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터키인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줬다 뺏었다 하며 손님을 약 올리고 어린애나 어른할 것 없이 꼬치나 와플 같은 걸 손에 들고서 인파를 헤치며 걷는 풍경.

 

 

휴식인 것도 같고 고생인 것도 같은 이 거리는 그러나 폭신폭신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사랑스러웠다.

 

사람들의 축제일 뿐 계절의 흐름 안에서는 당연한 봄꽃인지라 축제의 뒷길에서 고양이들은 들뜨지 않고 차분히 걸었다.

 

유난스러운 사람들의 소란 탓에 오늘 하루도 꽤 시끄러운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이 사람의 호들갑에 고개를 내저을지언정 봄의 신호탄처럼 퐁퐁 터지는 벚꽃 송이들은 반갑기만 하다.

 

설렘이 샘솟고 세상의 채도가 높아진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새로운 시작을 결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봄은 고마운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신호탄을 터트리듯 벚꽃이 내내 화려하게 내렸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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