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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에세이] 필요한 건 장소가 아니다

 

외부의 자극과 소리에 점점 예민해진다.

 

많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의 축복이 깔린 골목길을 걸으며 한껏 들이마신 건 맑은 공기도 아니고 그 고요와 적막이었다.

 

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에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어둠이 깊게 깔린 시골의 적막을 배경으로 숟가락을 달그락거리거나 소곤소곤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사각사각 일기를 쓰거나 했다.

 

고양이는 이미 마음에 드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멋진 장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비슷한 감정선이 흐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의 공기, 기분 좋게 까딱거리는 고양이 꼬리, 한쪽 벽면 가득 읽고 싶은 책들이 소곤거리는 그 감촉, 아마 내가 촉촉하게 스며들 수 있는 그 안도감이 필요한 것이리라.

 

 

볕 좋은 창가에 몸을 누이고 온몸의 세포를 따끈하게 덥히는 것도 좋고,

 

털보다 더 보들보들한 카펫 위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잠자리와 타닥타닥 소리가 나는 벽난로도 좋겠지만,

 

그보다 너에게 내가 어떤 안심이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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